수원변호사 건진법사, ‘김건희 측에 목걸이·가방 전달’ 첫 인정···“일시 점유, 범죄 아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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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 측 의견 진술과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전씨 측은 “2022년 샤넬 가방, 그라프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를 제공받은 사실과, 그 무렵 유OO(당시 김 여사의 행정관)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 “이후 그라프 목걸이, 가방과 교환한 걸로 추정되는 것들을 2024년쯤 돌려받았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에게 전달되는 것을 전제로 금품을 피고인(전성배씨)이 교부한 것”이라며 “최종 전달될 금품을 일시적으로 점유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김 여사 측에 샤넬 가방 등 금품을 전달했다고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기관에서 전씨는 유 전 행정관에게 가방 등을 다른 물품으로 바꿔오라는 ‘심부름’을 시켰을 뿐, 통일교의 선물을 김 여사에게 전달하려 한 건 아니었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첫 재판에서 입장을 바꿔 김 여사에게 선물하려는 목적으로 건넨 게 맞다고 인정했다.
통일교 청탁 의혹 등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의 박상진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전씨의) 변호인이 밝힌 내용은 수사 단계에서 진술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측 변호인단은 입장을 내고 “처음 듣는 제3자 재판에서의 변호인 의견”이라며 “추후 김 여사 사건 재판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다만 전씨 측은 최종적으로 금품을 받은 건 김 여사이고, 전씨는 잠시 보관만 했을 뿐이라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씨 측은 금품을 대가로 통일교 민원을 들어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통일교에만 특별한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포괄적인 배려나 편의제공을 부탁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청탁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전씨 측은 “피고인은 대통령에게 알선할 만한 특수관계 아니다”라며 “공소사실에는 대선 기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을 주도했다고 나오지만, 대선 후 토사구팽됐다고 생각해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대통령의 번호를 수신 차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씨 측은 총 5가지 공소사실 중 통일교 청탁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품수수 혐의 등은 대부분 인정했다. 전씨 측이 특검팀이 낸 증거에도 대부분 동의하면서 재판은 앞으로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검팀은 전씨가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핵심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피고인은 대통령 배우자, ‘윤핵관’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국가 정책에 개입하는 창구와 브로커 역할을 했다”며 “권력에 기생한 무속인 건진법사의 사익추구 국정농단이 사건의 본질이며, 피고인이 김 여사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의 매개체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씨는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측에서 교단을 지원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 총 8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여사와 통일교 사이 연결다리 역할을 할 대가로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면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약 3000만원을 수수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인맥을 이용해 다수 기업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2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챙긴 혐의도 있다.
총리 사퇴가 반복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내각이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단순한 정권 위기를 넘어 70년 가까이 이어진 제5공화국 대통령제가 드러낸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13일(현지시간) “1958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정치 안정을 위해 만든 제5공화국 체제가 오히려 현재 프랑스 정치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 체제는 의원내각제였던 제4공화국 시절 12년간 21개 정부가 무너졌던 혼란을 반성하며 만들어졌다. 당시 드골 대통령은 ‘절대다수의 국회 지지를 받는 강력한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데 최적화된 제도를 설계했다. 하지만 제5공화국은 대통령이 국회 과반을 확보할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 어느 한쪽이 다수를 잃으면 체제는 곧바로 교착에 빠진다.
정치평론가 알랭 뒤아멜은 영국 텔레그래프에 “프랑스는 지금 두 체제 사이에 갇혀 있다”면서 “대통령은 군주처럼 행동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국회에 의존해야 한다. 두 장치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내 정치 경험이 적은 ‘정치적 초짜’ 마크롱 대통령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제왕적 통치가 오히려 위기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좁아지는 지지 기반 속에서도 측근 인사 기용을 고집함으로써 이번 정치적 위기를 장기적인 제도적 교착, 나아가 체제 위기로 만들 위험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는 좌파, 중도, 극우의 3극 분열 구도가 자리 잡으면서 어떤 세력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는 협상보다 대결의 장으로 변했고 각 정당은 타협보다 다음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싱크탱크 GEG 대표인 질 그레사니는 폴리티코에 “프랑스의 중견 정치인과 경제 엘리트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만 고민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총리들은 하나같이 예산 합의를 시도하다 좌절했고 최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도 취임 27일 만에 사임했다가 나흘 만에 다시 임명되는 촌극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재임명된 르코르뉘 총리는 긴축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는 20일 예산안이 부결될 경우 프랑스는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축소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 불안의 근저에는 타협의 부재가 자리한다. 프랑스 정당들은 연립정부가 자연스러운 독일과 달리 협력의 정치 문화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라인강 건너편에서는 보수당과 사회당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런 일이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지어 정치적 혼란의 상징이던 이탈리아조차 현재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연정이 3년째 유지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이 “다음 총리도 곧 불신임하겠다”고 공언하며 정치적 균열이 제도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티에리 보데 프랑스 경제·사회·환경위원회 의장은 텔레그래프에 “‘자신들만의 세계’라는 표현이 지금의 프랑스 국민 정서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빚은 늘고 예산은 삭감되고 정치는 마비된 상황 속에서 국민은 엘리트 정치가들의 권력 다툼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프랑스 정치의 위기는 ‘정부의 실패’가 아니라 체제의 피로와 불균형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프랑스는 제6공화국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당시 외면받았던 주장이 지금은 다시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며 “드골의 창조물은 이미 그 수명을 다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교체 과정에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 전 부지사와 공범 관계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이 이 대통령을 엮기 위해 조작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2023년 6월9일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북송금) 대납에 대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처음 자백했지만, 3일 만인 같은 해 6월12일 변호인인 설주완 변호사가 갑자기 사임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최측근인 김현지 실장이 그 과정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김광민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이 새로 구성된 후인 그해 9월7일 이 전 부지사가 자백을 번복했다”며 이 대통령 측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법무연수원 교수)는 이날 국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선임돼 있던 설 변호사가 갑자기 사임을 하고 약속된 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더불어민주당의 김현지님으로부터 전화로 질책을 많이 받아 더 이상 나올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이후 조사 중 선임되지도 않은 변호인이 검사실에 난입해 조사를 방해하려고 한 사건도 있었다”며 “그 이후에 김광민 변호사가 선임됐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당시 일종의 사법 테러가 일어난 상황이라고 생각해 즉시 상부에 보고하고, 해당 변호사에 대해 조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공범 관계의 최측근이 공범인 사람에 대해 변호인을 질책하고 자르려고 했다면 그 자체가 증거인멸이고 위증교사”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이 대통령 재판 5개가 중지됐는데, 그중 2개(대북송금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는 거의 유죄가 확실한 사안”이라며 “그래서 민주당은 이 사안들에 대해 뒤집기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또 “법무부는 이화영 사건에 대해 음식물 제공 의혹 관련 감찰을 지시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며 “이런 식으로 공소 취소의 빌미를 만들려고 빌드업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현지 실장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이화영 연어·술 파티’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 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술과 음식 등이 제공된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검찰에 감찰을 지시했고, 서울고검이 감찰을 진행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모 혐의로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 전 부지사 등과 대북송금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대통령 취임 후 재판이 중단됐다.
이 전 부지사는 “새로운 변호사 선임과 진술 변경이 연관됐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설 변호사가 검찰을 돕는 행태를 계속 보여서 저와 설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은 이재명 당시 대표에 대해 진술하면 형을 감면하고 석방해주겠다는 조건을 끊임없이 제시했다”며 “이재명을 엮으려고 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박 검사가 동석한 자리에 술이 있었다”고 거듭 밝혔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정 장관에게 “(술 파티 의혹 감찰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수사권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분인데, 과연 수사가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수사팀 구성에까지 개입하는 것이 옳으냐”고 따졌다. 정 장관은 “엄정하게 잘 수사하라는 원론적인 당부라고 안다”며 “백 경정은 사건을 최초에 수사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에 (수사에 참여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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