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가격 [지금, 여기]대통령실 담당 업무는 왜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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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3일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도 빼놓을 수 없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회의에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가 재정 전문가들의 발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자료공개 문제인데, (기획재정부가) 매년 지출 구조에 대해 큰 액수만 공개하고 전체 금액 리스트를 공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던 것을 대통령 면전에서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산 자체는 국회에도 보내고, 비밀도 아닌데 다 공개하기로 하자”고 화답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회의의 결과로 예산 내역을 시민들이 꼼꼼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예산은 세부적으로 공개할 때,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 등이 청구한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를 거부하며 소송까지 벌였고, 대법원에서 패소했는데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건희 라인으로 들어간 직원 명단을 감추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김건희 특검이 수사해야 할 지점이다.
지난 8월11일 이재명 정부 대통령비서실은 노컷뉴스를 통해 직원 235명의 명단(안보담당 직원 제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노컷뉴스의 정보공개 청구에 응한 것이다. 이렇게 과감히 정보공개를 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답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명단 이외에 담당 업무, 발령 일자 등은 비공개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개인정보에 대한 예외 사항들을 규정하는데, 그중 하나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이다.
공무원 직위는 한 명의 공무원에게 부여되는 직무와 책임의 위치를 의미한다. 법조항의 정신으로는 대통령비서실 담당 업무는 공개해야 하고, 발령 일자도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 포털에 조금만 검색해보면 비서관급 이상 담당 업무와 발령 일시 등을 찾을 수 있는데 왜 비공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노컷뉴스 허지원 기자는 ‘국정의 투명성과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상시로 공개할 계획도 있는지’를 강유정 대변인에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대변인이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안보 관련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믿고 싶다.
명단 공개 논란은 정답이 나와 있다. 병무청은 전자관보를 통해 대통령실을 포함해 전 부처 4급 이상 공직자 등의 이름과 직급, 병역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2022년 10월20일 경향신문은 관보 분석을 통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명단을 일부 공개한 바 있다. 병무청은 관보에 공개하고 있는데, 당시 대통령실은 비공개한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해 명단 공개 경위를 물어본 전화가 많았다고 들었다. 병역공개법은 1999년에 제정되어 26년째 시행 중이다.
외국도 대통령, 총리실 비서진 명단과 직책은 공개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영국 총리실, 독일 총리청도 소속 직원들의 이름, 부서, 직책과 연봉까지 공개하고 있다. 정보공개에 보수적인 일본조차도 내각부 소속 명단, 직책을 상시로 공개한다. 선진 외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담당 업무를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국민의 알권리에 관심이 깊었고,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가졌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국민의 알권리가 실천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것이 은폐와 비공개로 기생했던 적폐들을 드러낼 방법이다.
한화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2018년 정규시즌 3위를 하기까지 10년 동안 가을야구 구경을 못했다. 정규시즌 3위였던 2007년, 타선은 ‘다이너마이트’라 불리고 마운드에는 어린 에이스 류현진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해 한화는 류현진이 무려 17승을 거두고 정민철(12승), 세드릭 바워스(11승)까지 3명의 10승 투수가 나왔다.
그 뒤 한화에서 10승 투수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류현진이 미국에서 뛰는 사이에는 10승 투수 가뭄을 겪었다.
꼴찌를 도맡는 역대급 암흑기도 있었다. 외국인 투수조차 10승을 못한 적도 여러 해였던 한화에서 류현진 이후 시즌 10승 고지를 밟은 국내 투수는 2015년 안영명(10승), 2021년 김민우(14승)밖에 없었다.
2025년 완전히 달라진 한화는 가을야구 티켓을 거의 손에 쥔 상태다. 1위를 달리다 2위로 밀려났지만 4.5경기 차 추격을 하며 모처럼 설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류현진 아닌 국내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문동주(22)는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의 3-1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2022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코디 폰세(15승), 라이언 와이스(14승)에 이은 올시즌 한화 3번째 10승 투수다. 한화가 한 시즌 10승 투수를 3명이나 배출한 것은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난해 10승을 거뒀던 류현진이 올해는 아직 6승에 그치는 가운데서도 한화는 강팀의 상징으로 꼽히는 ‘10승 투수 3명’ 기록을 작성했다. 문동주가 성장하면서 한 단계 더 올라서기를 기다려왔던 한화에는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다.
지난달 22일 두산전에서 9승을 한 뒤 약 한 달이 걸려 10승을 달성한 문동주는 “9승 하고 나서 조금 의식을 해 빨리 10승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이 정도면 빨리한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남은 경기를 마음 편하게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첫 10승의 배경으로 포크볼을 꼽았다. “올해 포크볼이 있어서 10승이 빨랐다고 생각한다”며 “작년 말에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올해 10승을 했기 때문에 내게는 정말 고마운 구종이다”라고 했다.
역대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의 벽을 깬 문동주는 이날 직구 최고 시속 159㎞, 포크볼은 최고 145㎞를 찍었다. 직구 같은 구속으로 포크볼을 던지는 문동주는 “직구 구속이 빨라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크볼 구속도 올라오는 것 같다. 다만 직구를 세게 던진 뒤 포크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하면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커브 스윙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이며 공을 던지는 마음가짐도, 경기력도 단단해지고 있다. 문동주는 “프로 들어와서 안타를 많이 맞고 생각처럼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며 “안타를 맞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조금씩 수치가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10승을 이뤄낸 문동주는 이제 가을이 되면 생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다. 인생 첫 가을야구를 앞두고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더 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문동주는 “아직 힘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그런 모습이 마운드에서 드러나야 야수들도 더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에너지를 경기장에서 발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꼭 사전을 찾는 단어들이 있다. 받침 하나에 표준어·비표준어로 갈리거나 활용형이 헷갈리거나 뜻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을 말들이다. 그중에는 뜻도 알고 형태도 복잡할 게 없지만 왠지 자주 검색해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자문이다.
‘자문’은 여러 뜻을 갖고 있지만 주로 사용하는 것은 ‘자신에게 스스로 묻는다’라는 자문과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 등에게 의견을 묻는다’라는 자문이다.
그런데 사전상 의미를 곰곰 생각하면 이상한 ‘자문’이 있다. “변호사가 법률 자문을 했다”고 한다. 변호사가 법률에 관해 자기한테 물었을까, 아니면 다른 변호사나 판검사에게 의견을 물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자신에게 묻다’라는 자문(自問)과 ‘전문가나 전문기구에 의견을 묻는다’라는 자문(諮問), 똑같이 한자 ‘물을 문(問)’이 있다. 그러니까 이 단어들의 핵심 의미는 ‘묻는다’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묻는 것도 자문이고, 전문가에게 묻는 것도 자문이다. 게다가 자문(諮問)은 ‘물을 자(諮)’도 품고 있어 묻고 또 묻는다는 느낌마저 든다.
“경제정책을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자주 써온 표현에서 뭔가 빠진 듯 허전할 수도 있겠지만 ‘자문을 구했다’ ‘자문을 요청했다’ 등 ‘자문’과 ‘하다’를 멀리 떼어놓으려는 유혹은 조심해야겠다. 어떤 문제를 두고 내가 전문가에게 자문하면 그 전문가는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해준다. 이것을 “자문에 응했다”라고 한다. 그 전문가로선 ‘자문에 참여했다’ ‘자문을 했다’고 말하는 게 어색해진다.
자문(諮問)은 주로 행정, 경제, 법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사용된다. 대신 쓰일 수 있는 ‘조언’ ‘의견’ 등이 일상적 표현인 데 비해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어감을 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너무 자주 쓰이는 것도 같다. 한 단어가 주는 간결함이 있겠지만 이런저런 단어들을 조합해보는 건 어떨까. 전문가에게 ‘자문’만 하기보다는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을 구하고’ ‘해석을 요청하는’ 것이다. 같은 의미를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도 말글살이의 즐거움이다.
마침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2억3600만뷰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스트리밍이 많이 된 영화에 등극했다. 극장에서 개봉한 싱얼롱 버전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편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본에선 자국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선 외국어 영화 최대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미국과 일본에서 만든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며, 많은 말들이 나왔다. 우리는 왜 <케데헌>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못하는가. <귀멸의 칼날>처럼 다양한 미디어믹스가 가능한 거대 지식재산권(IP)이 왜 없는가. 세계를 뒤흔드는 IP가 없고, 애니메이션 산업이 취약한 한국에서 나올 만한 질문이다.
하지만 기이한 질문도 있다. K팝은 한국 대중문화인데 왜 남들이 돈을 벌어가는가, <케데헌>에 왜 ‘국악’이나 다른 한국 문화는 없는가 등등. 한국이 만든 콘텐츠가 아니고 배급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니, 한국에 직접적 수익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세계로 뻗어가며 주류에 걸치는 K팝을 만들어낸 한국에 유무형의 이익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국립중앙박물관의 호랑이 캐릭터 상품이 엄청나게 팔리는 현상. 그리고 <케데헌>을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이후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거나, 관광을 오거나 등으로 확장하지 않을까? <케데헌>에 왜 국악이 전혀 없는가 등의 질문은 참 수상하다. 영화나 드라마는 반드시 모든 것을 담아야 할까? 기본적인 팩트를 왜곡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있거나 없거나는 중요하지 않고, 객관적 현실의 변주도 가능하다.
FX에서 제작하고, 에미상 작품상 등을 받은 <쇼군>은 백인이 주인공인, 가상의 일본 배경인, 미국 드라마다. <쇼군>은 일본의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했을까? <쇼군>은 일본 문화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도 언젠가는, 고려나 조선에 온 서양인의 시각으로 그려진 드라마를 보고 싶다. <파친코>를 볼 때의 벅찬 감흥도 그런 연유다. 미국에서 만든, 한국인을 그린 드라마가 보편적으로 세계에 보여진다는 사실.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폴링 다운>에서 백인 회사원이 야구 배트로 위협하는 불친절한 가게 주인이나 뤼크 베송이 제작한 <택시>에서 시간이 아까워 택시 트렁크에서 잠을 자며 교대로 일하는 운전기사로 나오는 ‘한국인’을 볼 때 느낀 찝찝한 감정과는 전혀 다르다.
<케데헌>은 한국계 감독과 스태프가 참여해 만든 할리우드 작품이고, 확장된 K컬처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말하는 제2의 <케데헌>을 한국에서 만들 수 있을까? 그런데, 애초에 잘못된 질문 같다. 제조산업에서는 1등 기업의 제품을 카피하거나 비슷하게 따라가는 것이 후발 주자의 전략이다. 한국도 같은 방식으로 열심히 달려 후진국을 벗어났다. 과거 이야기다. 지금은 우리가 잘하는 방식으로, 우리만의 고유한 것을 만들어야 인정받는다. ‘갤럭시폰’만이 아니라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BTS, 블랙핑크 같은 문화 콘텐츠에서는 더욱 ‘개성’이 중요하다.
제2의 ○○○을 만들자는 구호나 제안이 부적절한 건, 문화산업에서 성공 전략만을 따르면 대체로 실패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스토리와 플롯, 감독과 배우, 스타일 등을 모방하면 모사품만 나온다. 한국 영화가 지루해진 이유는 성공한 감독과 배우라면 ‘묻지마’ 투자하고, 새로운 이야기와 독창적 아이디어는 리스크가 크다며 회피하기 때문이 아닐까? 성공 요인 분석은 필요하지만, 그것만 따졌다면 <케데헌>은 나오지 못했다. 소니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대신 수익이 적은 이유는, 리스크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귀멸의 칼날>은 거대 IP를 만들려는 시도에서 나온 작품이 아니라 만화가가 역량을 갈고닦아 역작을 만들고, 독자의 호응을 얻으면서 발전한 사례다. 개인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경쟁하면서 시장에서 추려지면, 거대 IP가 등장할 토양이 만들어진다. 대성공작을 모방하고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 다른 경향과 스타일의 새로운 작품에서 언젠가 거대 IP는 탄생한다. 정부도, 기업도 튼튼한 놈 하나 키우는 전략보다는 다양하고 많은 작품 사이에서 두드러진 하나가 탄생할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기를 바란다. 제2의 ○○○을 만들라는, 지원금 챙기려고 아귀다툼 벌이는 헛짓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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