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닷컴 기업경기전망 3년6개월째 부정적…‘트럼프 관세’ 우려에 반도체 심리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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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3.2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이래 매달 기준치를 밑돌며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92.6, 비제조업 93.8을 기록했다.
제조업의 경우 비금속 소재·제품(66.7), 금속·금속가공 제품(80.8), 섬유·의복·가죽·신발(84.6), 목재·가구·종이(85.7), 석유정제·화학(92.3), 일반·정밀기계·장비(94.7), 전자·통신장비(94.7) 등 7개 업종의 부진 전망이 두드러졌다.
미국 관세를 비롯한 통상 리스크,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의 경기전망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월 111.1이었으나 미국의 품목 관세 부과 우려로 16.4포인트 하락한 94.7을 기록했다.
철강, 알루미늄 등 관세가 부과된 ‘금속·금속가공 제품’은 3개월 연속 90을 하회했고, 시멘트 제조업이 포함된 ‘비금속 소재·제품’도 5개월 연속 80을 밑돌았다.
비제조업은 전체 7개 업종 가운데 전기·가스·수도·기타에너지(73.7), 건설(83.7), 운수·창고(95.5)에서 부진이 전망됐다.
조사 부문별 BSI는 투자 90.6, 내수 91.7, 수출 92.6, 고용 93.2, 자금 사정 93.4, 채산성 94.9, 재고 104.0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이었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과잉으로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통상 불확실성 확대와 건설경기 침체 등 내수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와 경제계가 ‘원팀’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건설과 인프라 투자를 늘려 내수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김새는 물론 한번 이름을 들으면 쉬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송곳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일상에서 접하기 퍽 힘든 사물이지만 이런 말은 일찍이 들었다. 가령, 송곳 하나 꽂을 데가 없을 만큼 해운대에 구름 인파로 붐볐다는 표현.
내가 나온 고등학교의 상징은 벌이다. 부지런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말은 그때부터 머리에 꽉 박힌 경구다. 일생을 통틀어 하고 싶은 일 하나는 분명히 가지자는 말은 이웃사촌이다. 어쩌면 우리가 산다는 건 그것에 바쳐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망외의 그 어떤 성취를 이루더라도 그게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그것.
이런 경우도 있다. 어느 청년이 ‘문학, 목매달고 죽어도 좋은 나무’에 한번 씌고 나면 설령 그리로부터 멀어진다 하더라도 호주머니 속에 송곳 하나를 평생 간직하게 된다. 하여 그 송곳이 삐죽이 솟아나서 걸을 때마다 허벅지를 찌른다. 그러다가 종내에는 그곳이 피로 붉게 젖는 느낌.
색다른 송곳도 있다. 육중한 체구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에게 의외로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 항상 손에 흰 손수건을 들고 노래를 불렀지만 호주머니 속에는 송곳(정확히는 동그랗게 휜 못)도 지녔다고 한다. 마음이 흔들릴 때, 고음 처리할 때 슬쩍 가수를 도운 송곳.
우리보다 추운 곳에 살아서 그런가. 북한에서 남으로 발사하는 말들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백두산과 묘향산, 압록강과 두만강의 그윽한 산천경개는 물론 개마고원의 수려한 꽃들의 영향을 입었을 텐데 아무리 정치적인 언사라 하더라도 구사하는 단어들이 너무 살벌하다. 그나마 조금 문학적인 한 구절이 있어 여기에 소환해 본다.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김여정의 말)
요즘 일기예보는 자로 잰 듯, 송곳처럼 정확하다. 시간대까지 얼추 지정해준다. 자유로를 달려 출근하는데 행주산성 너머 북쪽에 먹구름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저 구름은 공중에서 내리고 싶었겠는가. 곧 송곳처럼 뿌리겠군, 가양대교를 지날 무렵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더니 실제로 비가 굵고 짧게 내렸다. 호랑이 장가가듯 한바탕 후련한 소나기였다.
퀴어, 청소년, 장애 등 사회적 의제를 무대로 올리는 ‘2025 서울변방연극제’가 5일 개막한다.
올해 23회를 맞은 서울변방연극제가 오는 5일부터 12월까지 서울 서촌공간 서로,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서울가족플라자 다목적홀 등에서 열린다고 주최 측이 1일 밝혔다.
‘변방’의 시선에 주목하는 서울변방연극제의 올해 주제는 ‘이방異邦-연방聯邦-변방邊方’이다. 이방인으로서 동시대와 만나고, 서로의 다름을 통해 ‘연방’을 추구하면서, 중심을 성찰하는 ‘변방’이 되는 의미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이번 축제는 청소년 성소수자에 주목하는 <퇴장하는 등장>이라는 세 편의 연작 기획을 발표한다. 지난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통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작 기획은 청소년이면서 성소수자라는 이중의 소수자성을 지닌 이들의 심화되는 고립에 주목한다.
구자혜 연출의 개막작 <퇴장하는 등장 1>은 오는 5~7일 이화 시네마떼끄에서 배우 전박찬의 1인극으로 선보인다. 퀴어들의 생존 전략으로서 퇴장, 등장이 반복되고,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끊임없이 불러주며 친구를 위해 기꺼이 뺨을 맞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장애여성극단 춤추는허리가 참여하는 <퇴장하는 등장 2>은 오는 9~11일 서울가족플라자 다목적홀에서 발표된다. 퀴어 청소년의 서사를 장애여성의 몸이 ‘통과’, ‘경유’하며 발화하는 의미를 주목하는 작품이다.
연작의 마지막 <퇴장하는 등장 0>은 오는 12~13일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을 통해 만난 퀴어와 앨라이 청소년들이 직접 집필하고 출연하는 낭독 공연이다. 이들은 성적 지향, 성정체성이라는 테두리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진짜 ‘나’를 찾아 무대에 등장한다.
이와 함께 이주, 난민, 세대, 지역, 기후재난, 참사 등 동시대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8개 예술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프로그램 소개와 관람·참여 안내는 서울변방연극제 웹사이트(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이 아니어서 그런지 한글은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두들랜드’에 들어올 것 같이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드로잉 아티스트 미스터 두들(31)은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작업할 때 텍스트를 써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문자를 주요한 캐릭터로 삼아 작업을 해 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두들은 캔버스부터 건물 외벽, 전자기기 화면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에 낙서 같은 그림을 빽빽하게 그려 예술계에서 주목받았다. 예명인 ‘두들’(doodle)부터가 ‘생각 없이 무언가를 그리다’는 뜻이다. 2019년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도 출연해 한국에도 알려졌다. 그러나 한글을 주제로 작품을 한 적은 없었다.
두들은 “한글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글자이고, 제게 울림이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두들랜드’에도 잘 맞는 글자”라고 말했다. 두들랜드는 두들이 특유의 그림을 그리면서 구축한 그의 상상 속 세계관을 뜻한다. 두들은 “평소에 제가 하던 작업은 현대적이라면, 이번에는 한지를 사용하는 등 전통적인 한국 방식과 접목했다”고 말했다.
두들이 참여하는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는 세종시가 2027년부터 개최할 한글 비엔날레를 앞두고 열리는 사전 행사다. 9월1일부터 10월12일까지 세종시 조치원읍 일대에서 열린다. 두들은 일제강점기 누에고치에서 실을 만들던 ‘구 산일제사 공장’에 한지를 활용한 ‘꼬불꼬불 글자’와 ‘꼬불꼬불 네모’ 연작 총 15점을 전시하고, 9월2일에는 조치원1927아트센터 외벽에 대형 라이브 드로잉을 한다. 높이 4m, 너비 20m 규모로 그려질 대형 벽화 ‘HANGOODLE’은 두들이 영국 밖에서 그린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된다.
전시작은 사전에 시민들로부터 모은 한글 1음절 글자가 주인공이다. 두들이 산일제사 공장에 내걸 작품에는 ‘예’, ‘몽’, ‘선’ 같은 한글 단어가 두들 특유의 무늬들과 어우러져 있었다. 두들은 “제 패턴과 잘 맞을 것 같은 글자들 중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것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한지를 사용한 것도 처음인데, 한지 특유의 질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6가지 종류의 한지 중 가장 적절한 것을 찾는 데 적잖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두들은 “지난번 방한 때도 한국인들이 환영해줘서 한국이 좋았다. 그 사이 한국인 가족(제수)도 생겼다”며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무게감을 더 느꼈다. 작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글은 시각적으로 체화됐기 때문에, 앞으로 작품 활동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한글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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