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실거주 의무’ 어기고 매매, 대법 “무단 양도에 해당…계약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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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B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7년 말 경기 오산시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자로 당첨돼 이듬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임대 의무 기간 10년이 지나면 우선 분양을 받는 조건이었다.
이 아파트에 실제 입주한 사람은 B씨였다. B씨는 2009년 11월 A씨가 LH에 내야 하는 임대차 보증금 잔금도 대신 납부했다. 두 사람은 A씨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B씨에게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도 2012년 체결했다.
임대 의무 기간이 지나자 A씨는 분양을 받아 2021년 4월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이어 거주 중인 B씨를 상대로 아파트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매매계약에 따라 A씨가 자신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해줘야 한다며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양측의 매매계약 효력을 인정하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이 A씨의 의지로 체결됐고, 계약 내용도 분양 전환으로 아파트가 A씨 소유가 되는 것을 전제로 B씨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대주택의 임차권 양도에 관한 규정도 어기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옛 임대주택법상 임차권 양도가 위법이기 때문에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아파트에 입주한 적이 없고, B씨가 임차권을 양도받을 당시 자기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LH가 임차권 양도에 동의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매매계약은 무주택 서민이 미리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공급받고, 우선적으로 분양 전환을 받을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무효”라고 했다.
앤드류 퍼거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3일 방한해 “자국 기업에 해로운 효과를 주는 규제를 더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퍼거슨 위원장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퍼거슨 위원장이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3차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는 분명하게 차별적인 환경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TC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한다.
퍼거슨 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섣부른 규제는 빅테크를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다”면서 “(기업에) 과도한 짐을 지운다면 국민의 잠재력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기대한다”면서 “지난 10년간 (각국의) 반독점 제도를 봤을 때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았고, 이는 협력을 저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반독점 분야 협력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퍼거슨 위원장은 그러면서 “규제는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특정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독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면서 “규제당국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경쟁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퍼거슨 위원장은 “제재는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고, 그 피해에 대한 증거를 규제기관이 확보할 수 있을 때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후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전규제보다는 맞춤형 사후집행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 등으로 구글 등 주요 빅테크 업체를 사전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한국도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온라인플랫폼법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퍼거슨 위원장의 발언은 이같은 디지털 규제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등을 수사한 근거로 든 대검찰청 예규를 공개하라는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했다. 법원은 “수사 위법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오히려 검찰총장이 예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수사절차의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예규를 공개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당연한 판결이다. 애당초 이 수사의 위법성 논란이 불거질 때 검찰이 스스로 공개해야 옳았고, 적어도 1심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뒤에는 수용해야 마땅했다. 대검은 이제라도 해당 예규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현행 검찰청법상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2022년 대선 때 대검 중수부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검증 보도한 경향신문 등을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대선 후보 검증 보도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초유의 사태였다.
수사 개시 당시부터 위법성 논란이 일었지만 검찰은 해당 보도가 김만배씨 등의 대장동 비리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고, 대검 예규상 수사 대상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은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작 예규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이 할 수 없는 명예훼손 수사를 대장동 사건과 억지로 엮어 하려다 보니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배임수재 등’을 혐의사실로 기재해 경향신문 기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식의 편법이 속출했다.
검찰 말대로 예규가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어도 문제이다. ‘직접 관련성’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한 검찰청법 취지를 멋대로 깔아뭉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윤석열 심기 경호를 위해 예규조차 벗어나 수사했다면 더 큰 문제다. 법무부·검찰은 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위법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는 윤석열 집권기의 대표적인 검찰권 남용 사건이다. 다시는 검찰이 이런 짓 못하게 하자는 게 검찰개혁 취지일 것이다. 검찰개혁 쟁점 중 하나는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이고, 검찰에 보완수사권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 원죄는 조그마한 근거만 있어도 멋대로 예규를 만들어 수사권을 확대·남용해온 검찰에 있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가 단적인 예다.
최악의 가뭄으로 생활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강원 강릉시가 시민들에게 병입수(생수)를 조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강릉시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시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조기 지급을 결정했다. 시민들은 이르면 4일부터 병입수를 받을 수 있다.
가뭄 현상은 인근 삼척까지 번지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50㎜ 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뭄 피해는 영동 남부지역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는 가뭄 와중에 때아닌 산불까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3일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릉지역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전날보다 0.4%포인트 낮아진 13.8%를 기록했다. 평년 저수율(71.6%)의 19.3%이다. 오봉저수지에 남은 물의 양은 1990여t에 불과하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시간제·격일제 급수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는 이날 군부대 물탱크 차량 141대와 민간 살수차 27대를 동원해 사천천, 섬석천, 연곡천 등 인근 하천에서 취수한 물을 실어 날랐다. 교동 배수지와 구산농보 등에서도 물을 끌어오는 등 하루 2만1000여t의 대체 용수를 오봉저수지에 공급하고 있다. 소방차 71대와 인근 자치단체에서 지원한 차량 19대 등을 동원해 평창·양양·속초·동해 등 4개 시군의 급수전과 연곡정수장에서 취수한 물 3400여t을 홍제정수장으로 옮기고 있다.
독도 경비함도 투입됐다. 해양경찰은 5000t급 독도 경비함정인 삼봉호(5001함)를 급수 지원에 동원했다. 삼봉호가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은 600t이다. 이 물은 홍제정수장으로 옮겨진다. 김성종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9일까지 1500t급과 3000t급 경비함정을 추가로 투입해 150~300t의 생활용수를 더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릉시가 병입수 조기 지급을 결정하면서 18개 면·동 주민들은 이르면 4일부터 병입수를 받게 된다. 시민들은 강릉여고, 강남축구공원 등 5개 권역별로 지정된 10여개 배부장소를 방문하면 1인당 2ℓ짜리 병입수 6병을 가져갈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시민이나 취약계층은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가정으로 전달한다.
가뭄 현상은 삼척까지 번지고 있다. 삼척 일부 산간마을은 계곡물과 지하수를 모아 물탱크에 저장한 뒤 생활용수로 사용하는데 계곡물이 마르면서 물탱크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삼척은 강릉에 비해 비가 더 많이 온 편이지만 평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지난 2일까지 삼척의 누적 강수량은 472.7㎜로, 평년 강수량(812.9㎜)의 58.1%였다.
삼척시는 임차 급수차와 소방차를 동원해 원덕읍 이천리와 미로면 하사전리, 노곡면 여삼리, 신기면 고무릉리 4개 산간마을 80여가구에 비상급수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달 25일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엿새간 이어지며 산림 33㏊를 태웠다. 지난달 28일에는 인근 삿갓봉 정상 부근에서도 불이 났다. 김동출 오목리 이장은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니 한여름인데도 산림이 바짝 말라 마치 겨울산처럼 불이 거세게 번졌다. 여름에 이렇게 산불이 크게 번지는 것을 평생 처음 봤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은 “더는 여름 산불 피해를 남유럽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인 프리즈·키아프 서울의 4회째 동시 개막일에 미술에 관심을 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쏠렸다. 세계 경제와 함께 미술 시장도 불황에 접어들었지만 미술을 향한 국내외의 관심이 늘어난 덕이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는 이날 공동 개막행사와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프리즈에는 국내외 갤러리 120곳이, 키아프에는 20여개국 갤러리 175곳이 참여했다. 프리즈는 코엑스 3층 C·D홀에서 오는 6일까지, 키아프는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7일까지 각각 열린다.
개막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정관계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 김 여사는 프리즈·키아프 개막 행사 후 2시간 넘게 각 갤러리들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대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VIP 프리뷰가 시작되자 현장을 찾았다. 방탄소년단의 RM, 블랙핑크 리사, ‘피겨여왕’ 김연아 등 유명인들도 프리뷰를 찾았다.
프리즈·키아프의 첫 공동개최 때만큼 ‘오픈런’을 방불케 하는 대기 줄은 없었으나 오전 10시 VIP 프리뷰가 문을 열자 서서히 관람객들이 현장에 들어섰다. 키아프 VIP의 프리즈 관람이 가능한 오후 3시부터 프리즈 전시장을 중심으로 장내가 본격적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각 갤러리 부스에 출품한 유명 작가들과 미술계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프리즈가 처음 서울에 문을 열 때에 비해 세계적인 대작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명작보다는 판매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하는 데 주력하는 듯했다. 하우저앤워스는 마크 브래드퍼드의 대형 회화 3점, 이불의 설치 작업 및 최신 회화 등 최근 국내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데이비드즈워너는 구사마 야요이 특유의 호박 조각과 ‘Infinity Nets’ 연작 회화를 함께 배치했다. 가고시안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금박 위에 특유의 캐릭터를 그려 넣은 폭 6m, 높이 3m 대형 병풍을, 글래드스톤갤러리는 누에고치를 연상케 하면서도 전등 같은 아니카 이의 설치 작품 등을 내세웠다.
프리즈와 키아프에 동시 출품한 국내 대형 갤러리도 관객들을 끌었다. 국제갤러리는 키아프 부스에 우고 론디노네의 그림을 벽면에 걸고 작은 조각을 그 앞에 함께 세웠다. 갤러리현대는 흰 단색화와 검은 조각을 함께 배치했고, 가나아트센터는 ‘실의 작가’ 시오타 지하루가 대형 공간이 아닌 캔버스에 실을 붙여 만든 작품을 걸었다.
첫날부터 대형 갤러리와 외국인 수집가를 중심으로 수억원대 작품 판매 실적도 나왔다. 하우저앤워스는 브래드퍼드의 그림 연작 3점을 62억원에, 타데우스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180만유로(약 29억원)에 판매했다. 화이트큐브에서도 바젤리츠의 그림이 21억원에 팔렸으며, 학고재는 김환기의 그림을 20억원에 팔았다.
다만 유명 작가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 갤러리가 느끼는 분위기와 국내 중소형 갤러리 간의 온도 차도 감지된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작년보다 일반인 대상 입장권 판매량은 많았다”며 “장기적으로 미술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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