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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사무소 [책과 삶]‘스테이크’는 되고 ‘세꼬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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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또또링2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2회   작성일Date 25-10-2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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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사무소 말과 글의 풍경한성우 지음 | 알렙 | 304쪽 | 1만8000원
    의사들의 알 수 없는 의학용어는 ‘전문가의 용어’로 용인된다. 하지만 공사장에서 쓰이는 ‘공구리(concrete)’ ‘데파(taper)’ 등 일본식 단어들은 터부시된다. 왜 어떤 말은 ‘원형 그대로’도 괜찮지만, 어떤 말은 ‘순화’되어야 할까.
    방언과 말소리를 연구하는 국어학자인 저자는 엉터리 같은 외래어도 한국의 고유한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꼬시’의 순화어 ‘뼈째 회’가 있지만 듣기에도 말하기에도 ‘세꼬시’가 편하고, 훨씬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순화는 부자연스럽고, 쉽게 일상에 물들지 못한다. 양식에서 구운 고기 요리를 ‘스테이크’라고 칭하는 것처럼 ‘세꼬시’도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책은 ‘언어 경관’ 연구를 통해 우리 삶을 비추는 단어들을 톺아본다. ‘언어 경관’이란 지역과 장소의 특성을 드러내는 말과 글이 보여주는 경관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상점의 간판, 낯선 사투리는 물론 ‘버카충’ ‘후루꾸’ 같이 사회적으로 꺼리는 단어들도 연구 대상이다. 제주도, 어시장, 탄핵 집회 현장, 당구장, 중국집, 공사장 등 다양한 공간의 경관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언어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북한이 어문 규정을 강요해도 찾아오는 변화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방언이나 어휘도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순수함’보다 ‘소통’을 우선으로 생각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각종 외래어와 신조어에서 비롯된 한글의 위기에 대해서는 다르게 보자고 제안한다. 뜻을 담는 그릇인 한글이 올바르게 잡혀 있다면, 삶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한국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 말 고운 말을 쓰자는 태도는 좋으나 그것이 모든 한국어를 좀먹을 것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우리 관세협상단이 미국으로 건너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하고 15% 상호관세를 적용받았다. 미국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 사이에 관세전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올라가고 있다. 협상을 앞둔 우리에게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미국 협상팀은 우리의 외환보유액을 보고 들어오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구조적 적폐로, 외환보유액을 그 결과물로 보는 것 같다. 동맹국 한국이 미국을 이용해 만성적인 흑자를 올리고 달러를 쌓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돈을 미국을 위해 쓰는 것이 근본적 문제 해결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먼저 합의를 한 일본과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 일본은 막대한 순대외채권과 본원소득 흑자로 해외에서 달러 현금 흐름이 꾸준히 들어온다. 엔·달러 스와프·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은 깊고, 메가뱅크·보험·연기금이 보유한 달러 예금·자산 풀도 크다. 일본은행은 미 연준과 상설 스와프 라인이 있어 문제 발생 시 즉시 달러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고, 보유한 미 국채를 팔지 않고도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넓다. 초저금리 엔화 덕분에 스와프 비용도 낮다. 반면 한국은 상품 흑자에 더 민감하고, 달러 도매조달 의존도가 높아 급한 집행은 환율·금리를 흔들기 쉽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외환보유액은 2025년 9월 말 기준 약 4220억달러이고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로 들고 있다. 만약 3500억달러의 현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면 미 국채를 팔 수밖에 없다. 급할수록 가격을 깎아 팔게 되고, 목표 금액을 짧은 시간에 맞출수록 손실이 커진다. 불가피하게 외환보유액을 쓰게 된다면 원화의 안정성을 받쳐줄 원·달러 스와프가 필수다.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을 돌아보면, 원화에 대한 안정 장치 없이 더 진전된 합의를 하기는 곤란하다.
    달러 대신 원화로 넣는 해법도 외화 유출과 비슷하다. 우리는 원화를 주고, 상대는 그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산다. 그 순간 환율은 오르고 시장의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국내에 남은 원화를 흡수하려면 통화안정채나 레포를 더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이 든다. 수반되는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각오해야 하는 비용이다. 겉보기에는 원화로 지급해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돌아 돌아 외화가 유출되는 효과가 난다.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미국의 메시지는 이번 협상에서 분명한 압박으로 작동한다. 병력 전개나 훈련 강도 조정 신호만으로도 여론과 시장은 긴장한다. 한반도 안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우리 협상단이 불리한 조건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압박이 된다. 최근 정부가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합의를 불가피하게 빠르게 해야 한다면 독소 조항을 걸러내야 한다. 미·일 협상은 공적금융과 민간자금을 섞어 빠르게 집행하고, 미국이 프로젝트 선정을 주도하며, 환율 영향은 스와프·레포 등으로 최소화하는 방식이 뼈대다. 우리는 이 틀을 참고하되 거버넌스는 한·미 공동위원회로 균형을 맞추고 핵심 안건에 거부권과 3~5년 재검토 조항을 넣어야 한다. 자금은 연간 직접 집행 상한과 분기 한도를 두고, 환헤지 비율·비용 분담·급등 시 자동 재검토 규칙을 계약에 숫자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투자 수익과 손실은 출자 비율대로 동등하게 나누고, 원금 보장이나 우선 손실 같은 요구는 피해야 한다.
    우리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차이도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자동차는 부품과 완성차 모두 대체 탄력성이 높아 관세가 1~5%만 올라도 소비자가 경쟁국 제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고, 그 부담이 우리 생산자에게 돌아온다. 반면 반도체는 자격과 장비 록인이 강해 대체 탄력성이 낮다. 생산국이 제한적이라 관세 일부는 미국 내 가격에 전가할 여지가 있다. 이런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면 자동차는 관세율 최소화에, 반도체는 품목관세 적용 시점과 범위 통제에 협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치·외교의 이벤트 캘린더는 협상에 압력을 준다. 그러나 캘린더는 마감선이 아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면 단기 압박은 벗어날 수 있어도 우리가 치러야 하는 중장기 비용은 커진다. 오늘의 과시보다 내일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분석은 빠르게, 결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이었던 “서두르되 천천히(Festina lente)”란 구절을 협상단에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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