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부장검사출신변호사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억울하게 몰려 옥살이를 했던 고 윤동일씨의 강제추행치상 사건 재심 사건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윤씨의 재심 재판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오랜 시간 불명예를 안고 지낸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사죄드린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증거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자백과 피해자의 진술인데 피고인 수사 당시 경찰의 가혹행위는 불법임이 확인됐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범인과 체격이 달라 당시에도 범인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며 “과거 피해자 진술 확보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준수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범인으로 특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동일 씨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재심이어도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데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다”며 “오래된 사건이라 피고인에게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검찰이 당시 역할을 왜 못했는지, 법원은 이를 왜 걸러내지 못했나 하는 부분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증거상 무죄가 완벽하지만, 그가 억울하게 유죄를 받았던 과정, 불법 수사 또는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재심에서 확인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같은해 4월 23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1992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윤씨가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입건된 당시 그는 이춘재 살인사건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상태였다. 다행히 9차 사건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과 윤씨의 혈액 감정 결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서 살인 혐의를 벗었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별도 사건인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윤씨를 기소했다. 윤씨의 가족들은 이 사건이 수사기관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윤씨는 결국 이 사건으로 수개월간 옥살이를 해야 했으며, 집행유예 선고로 출소한 이후 암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1997년 26세의 나이로 숨졌다.
윤씨의 강제추행치상 사건 재심 선고는 다음달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난 ‘변호사수저’, 대형로펌 ‘율림’의 신입 변호사 강효민은 뚜렷한 주관과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도덕적 잣대와 법적 잣대가 늘 동일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가슴에 새기며 당차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지만, 처음 겪는 사회생활은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 기출 변형 문제 같기만 하다.
배우 정채연(27)은 지난 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하 ‘에스콰이어’)에서 서울대 로스쿨 출신 새내기 변호사 강효민을 연기했다. 사건의 중심에서 고뇌하고 성장해가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그는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데뷔 10년 차에 만난 <에스콰이어>는 여러모로 도전이 된 작품이었다. 2016년 드라마 <혼술남녀>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뒤, <투 제니>(2018) <첫사랑은 처음이라서>(2019) <조립식 가족>(2024) 등에서 풋풋한 첫사랑 여성을 주로 연기해왔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전문직 캐릭터에 도전하며 말 그대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
정채연은 “법률 용어들이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이 아니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며 “사람도 안 만나고 대본만 팠다. 생소한 단어에 대사를 버벅댈까 봐 촬영 기간 동안 술도 아예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간 변호사처럼 생각하고 연구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며 “MBTI가 감정형(F)에서 사고형(T)으로 바뀔 정도였다”며 웃었다. 노력의 결과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극 초반의 어색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자연스러운 연기와 몰입감으로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이진욱, 전혜빈, 이학주 등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연기를 하다 보면 선배들의 호흡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더 깊이 이입이 되곤 했다”며 “많이 배웠고, 나도 언젠가 후배들의 감정을 잘 끌어내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에스콰이어>는 법적 딜레마를 다루는 동시에, 인물들이 실수와 상처를 딛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여운을 남겼다. 특히 똑똑하고 정의롭지만 사회생활에 서툰 강효민의 모습은 사회 초년 시절의 불안과 시행착오를 떠올리게 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채연은 “대학 시절까지는 늘 칭찬만 듣던 모범생이 사회에 나와 부딪히고 깨지며 성장하는 모습”을 공감 포인트로 꼽았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효민이가 다양한 사건과 의뢰인을 만나면서 본인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돼요. 점점 사건의 본질, 사람들의 상처와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죠. 실수하고 부딪히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신 것 같아요.”
정채연 역시 강효민과 같은 시절이 있었다. 2015년 그룹 ‘다이아’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 멤버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당시 청순한 이미지로 ‘엔딩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정채연의 사회초년 시절은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효민이처럼 용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데뷔 시절을 떠올렸다.
“그땐 ‘실장님’ ‘팀장님’ ‘매니저님’ 이런 호칭조차 어려워서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어요. 소심하고 많이 미숙했지만 포기하진 않았어요. 실수하고 넘어지면 일어나서 다른 길을 찾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가수 활동과 함께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 느리지만 단단하게 쌓아온 시간이었다. 정채연은 “해가 갈수록 연기에 대한 책임감과 집중도가 높아지는 걸 느낀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음 10년, 20년 후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제 조금 캐릭터에 몰입하고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도 꾸준히, 연기자 정채연과 인간 정채연의 균형을 맞춰가며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네팔에서 정부의 SNS 사용 금지 조치와 부패 의혹에 항의하던 시민 19명이 사망하는 등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사퇴했다. 정부는 SNS 금지 조치도 철회했다.
올리 총리는 9일(현지시간) “정치적 해법과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하기 위해 오늘부로 총리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올리 총리의 사임 발표는 이날 오전 정부가 SNS 금지 조치를 철회했음에도 시위대 일부가 수도 카트만두 안팎에 있는 유력 정치인들의 집에 불을 지르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한 이후 나왔다.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 전날 사의를 표명한 라메시 레카크 내무장관 자택을 비롯해 아르주 라나 데우바 외교부 장관의 부인이 소유한 사립학교도 불탔다.
이날 카트만두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학교는 휴교했지만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 두르가나 다할은 전날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이 정부가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계속 고통받을 것”이라며 “어제 그들은 수많은 젊은이를 죽였다. 우리는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시위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전날 카트만두 등지에선 시민 수천명이 정부의 SNS 금지 조치에 항의하고 부패 혐의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지난 5일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 등의 유포를 막아야 한다며 페이스북·유튜브·엑스 등 26개 플랫폼 접속을 전면 차단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외신은 SNS 금지 조치를 계기로 부패한 권위주의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누적된 분노가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유잔 라즈반다리(24)는 AFP통신에 “SNS 금지령은 시위를 촉발한 요인이었을 뿐이고 우리는 네팔의 제도화된 부패에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주도했다.
전날 일부 시위대가 담장을 넘어 의회 의사당에 진입하려 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 곤봉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네팔 남동부 비라트나가르와 서부 포카라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위와 진압이 잇따라 전국에서 19명이 숨지고 약 350명이 다쳤다.
니라잔 타팔리야 국제앰네스티 네팔지부장은 “시위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처에 불만과 분노를 나타낼 권리가 있다”며 “정부는 무모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네팔에서는 인구 3110만명 중 90%가량이 SNS 등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네팔 정부의 등록 요건을 충족해 이번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틱톡에선 사치품 등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대조해 보여주는 영상이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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