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구입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어쩔 수가 없다
페이지 정보

본문
발기부전치료제구입 비는 가볍게 내려 무겁게 떨어진다. 집 벗어나니 해방된 감각인가. 낯선 곳에 가면 빗소리도 더 잘 들린다. 반복되는 일상의 보자기를 벗어던진 덕분일까. 그곳이 바닷가라면 빗방울도 더욱 굵어진다. 모텔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깨어나 바깥을 보았다. 산에 가려고 동해시에 왔는데 난감한 상황으로 머릿속이 아연 축축해졌다.
몇해 전, 제주에 꽃산행 갔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번개 같은 꾀 하나를 장만해 두었더랬다. 타박타박 떨어지는 저 빗소리, 하늘에서 누가 글 읽는 소리! 주룩주룩 빗줄기를 옛글로 환기한 이후 이런 혼자만의 ‘우쭐’에 빠졌다. 어쨌든 하루는 비가 오거나 비가 안 오거나 둘 중의 하나이니 시시때때로 공부하는 셈이 아닌가.
산행 도중 산에서 비 만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아침부터 비 내리는데 등산하기에는 마음이 좀 켕긴다. 그러나 이 또한 어쩔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가뭄 강릉, 이 지역의 물 사정은 재난으로 선포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뉴스도 한몫한다. 고작 등산하는 주제에 비 맞는 걸 주저할 건 아니지 않은가.
올봄에 기획된 청옥산. 그 산에 가겠다 약속해 놓고 비를 핑계로 안 가는 건, 청옥은 물론 청옥산을 말없이 지켜보는 하늘한테 일종의 죄짓는 일이기도 하겠다. 이 상황에 딱 맞는 오늘의 논어 한 구절이 떠올랐다. 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하늘에 죄지으면 어디 빌 데도 없다).
달콤한 가을비 속으로 들어섰다. 무릉계곡 지나 삼화사 일주문에 일필휘지가 걸려 있다. ‘禁亂(금란)’. 무슨 뜻인 줄 짐작이야 가지만 영문 모를 묵직한 글씨. 어떤 한자는 상반되는 뜻이 같이 있기도 하다. ‘亂’(난)에는 어지럽다는 뜻도, 그 난리를 다스린다는 뜻도 있다.
하늘의 물 공급에 곱다시 코가 꿰인 지상의 세계. 그 한 방울 끊기면 꼼짝을 못한다. 바다에 물이 아무리 가득해도 어쩔 수가 없다. 쫄딱 젖은 채 삼만보가 넘는 강행군을 마치니 어느새 어둑한 저녁. 여전한 침묵의 ‘禁亂’. 비 그친 일주문 아래를 다시 지나자니 이런 궁리가 저절로 일어났다. 오늘의 등산은 오전의 어지러운 심사를 오후에 다스린 청옥산의 난이었군.
몇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온 친구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단수 중이라고 공항 화장실에서 물이 안 나오더라. 당시 케이프타운 공항에서는 전 세계 오줌들이 쌓이는 글로벌 복합 융합이 일어났던 거다. 진짜?라고 물으니 우리랑 좀 달라. 변기가 깊어서 디테일은 잘 안 보여라고 답하길래 인간의 자기 합리화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2019년 남아프리카 가뭄이 극심하던 때였다. 건물마다 날마다 측정한 물 사용량이 붙었고,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물 공급이 끊기는 날을 뜻하는 ‘데이 제로’의 카운트다운이 반짝거렸고, 시 당국은 물 소비량 지도를 제작해 평균보다 많은 물을 쓰는 집을 알 수 있게 했다. 백미는 ‘더티 셔츠 챌린지’로, 누가 셔츠를 가장 오래 빨지 않고 버티는지 겨루는 직장 캠페인이었다.
서울의 우리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내 친구와 나는 방귀는 물론 오줌을 튼 사이다. 화장실 갈 때는 안부 인사라도 하듯 너도?라고 묻는다. 우리는 ‘작은 일’을 모은 후 한 번에 물을 내린다. 가끔 손님이 오면 변기 물을 안 내렸는지 눈치를 본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케이프타운을 보니 더 분발해야겠다. 우리는 2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리는데, 케이프타운에서는 4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렸다. 캠페인명은 ‘노래질 때까지 변기 내리지 마’. 가정에서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이 화장실로, 변기에서 사용하는 물이 가정 내 물 사용량의 약 50%나 된다. 우리 집 변기는 1회당 일반 변기 용량인 6ℓ보다 적은 4.2ℓ를 사용하는 절수형 변기고, 수조에 벽돌도 들어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물을 덜 내리는 행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에 더해 빗물저장 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빗물을 모아 화단에 물을 주고 골목길 청소도 하고 분리수거함에 넣을 재활용품도 헹군다. 서울시는 학교와 주택 등에 빗물 저금통 설치비의 90%를 지원해주는데, 덕분에 우리 집에도 설치했다. 빗물 저금통을 100개만 둬도 수돗물 500t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얼마 전 예매해두었던 강릉행 기차표를 취소했다. 극심한 가뭄에 생수로 생활용수를 충당하고,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고, 기숙사를 닫고, 단수를 하던 때였다. 여름의 태풍과 장마가 사라진,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다. 물처럼 펑펑 쓴다는 말은 지금 강릉에서는 말도 안 된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치닫는 세상에서 할 수 없는 말이 될 것이다. 전국 곳곳과 베이징, 벵갈루루, 런던, 멕시코시티, 바르셀로나에서 그럴 것이다.
이번 여름 강릉시 당국의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영장과 스파 시설이 운영을 계속했다. 2023년 국내 1인당 물 사용량은 303ℓ로 영국·독일·덴마크보다 2배 정도 많다. 수도요금은 절반가량이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도, 케이프타운의 절박한 절수 캠페인은 남의 일이다. 시중에는 수도꼭지나 샤워기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절수기나 절수 양변기, 빗물저장 장치, 폐수를 정화해 변기에 사용하는 중수도 기술 등이 나와 있다. 대부분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8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주차장 지붕에 태양광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우리는 좀 더 절박해져야 한다. 늦기 전에 구조적인 절수 장치 의무화가 필요하다.
전라북도 현 인구가 170만명 남짓인데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서는 2058년 국내외 여객은 105만명이 되리라 전망한다. 인구 감소는 물론 각 지자체에 공항이 즐비한데 무엇을 보고 이곳에 전 세계 비행기가 들락날락할까. 황당한 추산이다. 신공항 건설계획 취소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1심은 사필귀정이다. 지난 11일, 전주에서 법원까지 한 달 동안 걸어간 ‘새·사람 행진’ 참가자들이 울 때, 나도 연구실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빛의 혁명 이후 오랜만에 정의의 빛을 보았다. 인간의 젖줄인 갯벌을 뒤엎고 돌아온 이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름다운 어촌들을 파괴하고, 선량한 어민들을 내쫓고 무엇을 얻었는가. 욕망의 환상을 좇는 새만금개발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판결문은 무법주의를 비판한다. 법정보호종을 포획·이주하는 방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반할 우려가 있으며 사업부지 및 인접 지역의 조류를 모두 포획하여 환경생태용지로 이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인 점을 들어 실효성이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건설을 위해서라면 법도 무시하고, 자연의 생물들도 인간 맘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사고에 철퇴를 내렸다. 그리고 신공항 사업부지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이 역사적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정치인과 관리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먼저 전국의 신공항 건설계획을 폐지해야 한다. 인천·김포·김해·제주 공항을 뺀 11곳의 지방공항 적자는 작년에 1000억원을 넘었다.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거기에 더해 8곳의 지방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다 공항을 모든 시군에 짓게 생겼다. 공항과 지역경제는 무관함이 증명되고 있다.
하늘에서 매일 비행기 1만2000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기후위기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주범 중 하나다. 이 좁은 국토에서 우후죽순식 공항 건설은 유사시 군공항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현재 8곳도 민군 겸용 공항이다. 새만금 신공항 또한 미군 관할의 군산공항 바로 옆이어서 대중국 전초기지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할 때라는 점이다. 생태계가 존속하거나 파괴되지 않아야 할 권리다. 학자들은 생태법인이라고도 한다. 환경법학자 박태현은 자연 전체의 권리주체성을 인정하거나 구체적인 자연물에 법인격·권리를 인정하는 입법례를 든다. 전자는 에콰도르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를 명시한 헌법, 볼리비아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률’, 파나마의 ‘자연의 권리 법’이 있다. 후자는 뉴질랜드의 테 우레웨라의 원시림과 황거누이강에 부여한 법인격, 스페인의 석호법 등이다.(‘생태법인’ 연구, <자연물의 법인격>) 인간 활동의 다양성을 위해 법인을 세울 수 있듯이 자연 또한 법인격을 가질 수 있다. 법인에도 운영자·관리자가 있듯이 자연에 대한 법인도 후견인을 둘 수 있다. 다음 수순은 생태법인 입법이 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한 참여자가 ‘새들이 전투기를 이겼다’고 쓴 글이 잘 웹사이트 상위노출 보여준다. 지구에 1억2000만년 전에 등장한 새는 고작해야 수백만년 전에 등장한 인류보다 오랜 생명과 지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새는 지구 전체가 집이며 고향이다.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에서 시베리아를 향해 1만㎞를 일주일간 쉬지 않고 날아가다 마른 몸을 충전하기 위해 중간 기착지 새만금에 하강한다. 그들은 이 행로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꿈을 꾼다. 총탄·미사일이 난무하는 험난한 삶의 행로가 아니길 바라는 우리의 꿈과 같다. 자유를 향한 날갯짓은 인간 해방을 이끈다. 우리에게는 선주민인 그들을 내쫓을 권리가 없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다음 차례는 인간이 될 것이다. 새들의 항로를 침범해서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의 비극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백성을 절망에 빠뜨리는 정부의 항소는 멈춰야 한다.
몇해 전, 제주에 꽃산행 갔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번개 같은 꾀 하나를 장만해 두었더랬다. 타박타박 떨어지는 저 빗소리, 하늘에서 누가 글 읽는 소리! 주룩주룩 빗줄기를 옛글로 환기한 이후 이런 혼자만의 ‘우쭐’에 빠졌다. 어쨌든 하루는 비가 오거나 비가 안 오거나 둘 중의 하나이니 시시때때로 공부하는 셈이 아닌가.
산행 도중 산에서 비 만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아침부터 비 내리는데 등산하기에는 마음이 좀 켕긴다. 그러나 이 또한 어쩔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가뭄 강릉, 이 지역의 물 사정은 재난으로 선포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뉴스도 한몫한다. 고작 등산하는 주제에 비 맞는 걸 주저할 건 아니지 않은가.
올봄에 기획된 청옥산. 그 산에 가겠다 약속해 놓고 비를 핑계로 안 가는 건, 청옥은 물론 청옥산을 말없이 지켜보는 하늘한테 일종의 죄짓는 일이기도 하겠다. 이 상황에 딱 맞는 오늘의 논어 한 구절이 떠올랐다. 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하늘에 죄지으면 어디 빌 데도 없다).
달콤한 가을비 속으로 들어섰다. 무릉계곡 지나 삼화사 일주문에 일필휘지가 걸려 있다. ‘禁亂(금란)’. 무슨 뜻인 줄 짐작이야 가지만 영문 모를 묵직한 글씨. 어떤 한자는 상반되는 뜻이 같이 있기도 하다. ‘亂’(난)에는 어지럽다는 뜻도, 그 난리를 다스린다는 뜻도 있다.
하늘의 물 공급에 곱다시 코가 꿰인 지상의 세계. 그 한 방울 끊기면 꼼짝을 못한다. 바다에 물이 아무리 가득해도 어쩔 수가 없다. 쫄딱 젖은 채 삼만보가 넘는 강행군을 마치니 어느새 어둑한 저녁. 여전한 침묵의 ‘禁亂’. 비 그친 일주문 아래를 다시 지나자니 이런 궁리가 저절로 일어났다. 오늘의 등산은 오전의 어지러운 심사를 오후에 다스린 청옥산의 난이었군.
몇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온 친구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단수 중이라고 공항 화장실에서 물이 안 나오더라. 당시 케이프타운 공항에서는 전 세계 오줌들이 쌓이는 글로벌 복합 융합이 일어났던 거다. 진짜?라고 물으니 우리랑 좀 달라. 변기가 깊어서 디테일은 잘 안 보여라고 답하길래 인간의 자기 합리화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2019년 남아프리카 가뭄이 극심하던 때였다. 건물마다 날마다 측정한 물 사용량이 붙었고,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물 공급이 끊기는 날을 뜻하는 ‘데이 제로’의 카운트다운이 반짝거렸고, 시 당국은 물 소비량 지도를 제작해 평균보다 많은 물을 쓰는 집을 알 수 있게 했다. 백미는 ‘더티 셔츠 챌린지’로, 누가 셔츠를 가장 오래 빨지 않고 버티는지 겨루는 직장 캠페인이었다.
서울의 우리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내 친구와 나는 방귀는 물론 오줌을 튼 사이다. 화장실 갈 때는 안부 인사라도 하듯 너도?라고 묻는다. 우리는 ‘작은 일’을 모은 후 한 번에 물을 내린다. 가끔 손님이 오면 변기 물을 안 내렸는지 눈치를 본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케이프타운을 보니 더 분발해야겠다. 우리는 2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리는데, 케이프타운에서는 4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렸다. 캠페인명은 ‘노래질 때까지 변기 내리지 마’. 가정에서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이 화장실로, 변기에서 사용하는 물이 가정 내 물 사용량의 약 50%나 된다. 우리 집 변기는 1회당 일반 변기 용량인 6ℓ보다 적은 4.2ℓ를 사용하는 절수형 변기고, 수조에 벽돌도 들어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물을 덜 내리는 행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에 더해 빗물저장 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빗물을 모아 화단에 물을 주고 골목길 청소도 하고 분리수거함에 넣을 재활용품도 헹군다. 서울시는 학교와 주택 등에 빗물 저금통 설치비의 90%를 지원해주는데, 덕분에 우리 집에도 설치했다. 빗물 저금통을 100개만 둬도 수돗물 500t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얼마 전 예매해두었던 강릉행 기차표를 취소했다. 극심한 가뭄에 생수로 생활용수를 충당하고,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고, 기숙사를 닫고, 단수를 하던 때였다. 여름의 태풍과 장마가 사라진,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다. 물처럼 펑펑 쓴다는 말은 지금 강릉에서는 말도 안 된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치닫는 세상에서 할 수 없는 말이 될 것이다. 전국 곳곳과 베이징, 벵갈루루, 런던, 멕시코시티, 바르셀로나에서 그럴 것이다.
이번 여름 강릉시 당국의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영장과 스파 시설이 운영을 계속했다. 2023년 국내 1인당 물 사용량은 303ℓ로 영국·독일·덴마크보다 2배 정도 많다. 수도요금은 절반가량이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도, 케이프타운의 절박한 절수 캠페인은 남의 일이다. 시중에는 수도꼭지나 샤워기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절수기나 절수 양변기, 빗물저장 장치, 폐수를 정화해 변기에 사용하는 중수도 기술 등이 나와 있다. 대부분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8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주차장 지붕에 태양광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우리는 좀 더 절박해져야 한다. 늦기 전에 구조적인 절수 장치 의무화가 필요하다.
전라북도 현 인구가 170만명 남짓인데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서는 2058년 국내외 여객은 105만명이 되리라 전망한다. 인구 감소는 물론 각 지자체에 공항이 즐비한데 무엇을 보고 이곳에 전 세계 비행기가 들락날락할까. 황당한 추산이다. 신공항 건설계획 취소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1심은 사필귀정이다. 지난 11일, 전주에서 법원까지 한 달 동안 걸어간 ‘새·사람 행진’ 참가자들이 울 때, 나도 연구실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빛의 혁명 이후 오랜만에 정의의 빛을 보았다. 인간의 젖줄인 갯벌을 뒤엎고 돌아온 이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름다운 어촌들을 파괴하고, 선량한 어민들을 내쫓고 무엇을 얻었는가. 욕망의 환상을 좇는 새만금개발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판결문은 무법주의를 비판한다. 법정보호종을 포획·이주하는 방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반할 우려가 있으며 사업부지 및 인접 지역의 조류를 모두 포획하여 환경생태용지로 이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인 점을 들어 실효성이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건설을 위해서라면 법도 무시하고, 자연의 생물들도 인간 맘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사고에 철퇴를 내렸다. 그리고 신공항 사업부지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이 역사적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정치인과 관리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먼저 전국의 신공항 건설계획을 폐지해야 한다. 인천·김포·김해·제주 공항을 뺀 11곳의 지방공항 적자는 작년에 1000억원을 넘었다.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거기에 더해 8곳의 지방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다 공항을 모든 시군에 짓게 생겼다. 공항과 지역경제는 무관함이 증명되고 있다.
하늘에서 매일 비행기 1만2000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기후위기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주범 중 하나다. 이 좁은 국토에서 우후죽순식 공항 건설은 유사시 군공항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현재 8곳도 민군 겸용 공항이다. 새만금 신공항 또한 미군 관할의 군산공항 바로 옆이어서 대중국 전초기지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할 때라는 점이다. 생태계가 존속하거나 파괴되지 않아야 할 권리다. 학자들은 생태법인이라고도 한다. 환경법학자 박태현은 자연 전체의 권리주체성을 인정하거나 구체적인 자연물에 법인격·권리를 인정하는 입법례를 든다. 전자는 에콰도르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를 명시한 헌법, 볼리비아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률’, 파나마의 ‘자연의 권리 법’이 있다. 후자는 뉴질랜드의 테 우레웨라의 원시림과 황거누이강에 부여한 법인격, 스페인의 석호법 등이다.(‘생태법인’ 연구, <자연물의 법인격>) 인간 활동의 다양성을 위해 법인을 세울 수 있듯이 자연 또한 법인격을 가질 수 있다. 법인에도 운영자·관리자가 있듯이 자연에 대한 법인도 후견인을 둘 수 있다. 다음 수순은 생태법인 입법이 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한 참여자가 ‘새들이 전투기를 이겼다’고 쓴 글이 잘 웹사이트 상위노출 보여준다. 지구에 1억2000만년 전에 등장한 새는 고작해야 수백만년 전에 등장한 인류보다 오랜 생명과 지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새는 지구 전체가 집이며 고향이다.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에서 시베리아를 향해 1만㎞를 일주일간 쉬지 않고 날아가다 마른 몸을 충전하기 위해 중간 기착지 새만금에 하강한다. 그들은 이 행로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꿈을 꾼다. 총탄·미사일이 난무하는 험난한 삶의 행로가 아니길 바라는 우리의 꿈과 같다. 자유를 향한 날갯짓은 인간 해방을 이끈다. 우리에게는 선주민인 그들을 내쫓을 권리가 없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다음 차례는 인간이 될 것이다. 새들의 항로를 침범해서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의 비극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백성을 절망에 빠뜨리는 정부의 항소는 멈춰야 한다.
- 이전글센트럴에비뉴원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뜨거워진 한반도, 탄소 안 줄이면 폭염 9배·열대야 21배 된다 25.09.19
- 다음글수원소년법전문변호사 LG전자·SK이노, AI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솔루션 협력 25.09.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