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이구입 [에디터의 창]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과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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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된 여러 작품과 감독들이 있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영화를 묻는다면 <토마토 공격대>(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제3의 기회>(Things Change·1988) 등을 꼽겠다. 불세출의 명작이라서가 아니라, 책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알지 못했을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토마토 공격대>는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가는 황당한 B급 코미디였고, <제3의 기회>는 잘 짜인 드라마와 엔딩이 감동적이었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이라는 아벨 페라라 감독의 존재도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이사 과정에서 책을 분실했고, 절판된 책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 입맛을 다셨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박찬욱 감독은 2005년 개정 증보판인 <박찬욱의 오마주>를 출간했고, 이 책은 지금도 책장에 꽂혀 있다.
영화광이 만든 영화는 어떨까. 책을 보면서 박찬욱의 영화가 궁금했다. 그의 첫 작품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을 뒤늦게 비디오테이프로 봤는데, 범죄극과 멜로가 이상하게 결합된 괴작이었다. 텅 빈 극장에서 홀로 본 그의 두 번째 영화 <3인조>(1997)는 블랙유머가 녹아 있는 범죄극이었다. 당시 한국영화 수준을 생각하면 평균 이상 완성도를 지녔다고 생각했지만 흥행에서도 비평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감독 박찬욱의 좌절을 보면서 영화광은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기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도 그는 세 번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재기했고, 복수 3부작 등 작품성을 갖춘 작품들을 계속 내놓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백건대, 그의 영화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빈틈없는 미장센, 세련된 음악 등 만듦새는 고급졌지만, 그의 작품에 낙관처럼 찍힌 폭력과 잔인함 등을 견디기 힘들었다.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 위해서라지만, ‘꼭 자르고 썰어야 하나’라고 묻고 싶었다. <올드보이>(2003)의 엔딩을 보면서 몸서리를 쳤는데, 더 충격적 묘사를 하려던 감독을 제작자가 말렸다는 말도 들었다. 2004년 서울극장에서 열린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 몬스터>(2004) 기자 시사회 때 “투자자에겐 기쁨을, 관객에겐 고통을”이라고 한 박 감독의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2022)을 본 뒤 그가 왜 세계적 거장인지 새삼 깨달았다.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는 카피처럼 잘 짜인 치정극 같은 전반부가 끝나면 후반부 감정의 만조가 밀려온다. 동네 CGV에서 처음 영화를 본 뒤 지금은 문 닫은 대한극장에서 2차 관람을 했는데, 허투루 넘길 대사와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정훈희의 ‘안개’가 이렇게 멋들어진 노래였나. ‘치정과 멜로의 절묘한 결합’ 따위의 단순한 수사로는 이 영화가 품고 있는 감정의 힘을 설명할 수가 없었고, 내 언어의 한계가 아쉬웠다. 박찬욱 최고 걸작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겠지만, 기자는 이 영화를 한국영화의 성취라고 생각한다.
그의 12번째 작품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 영화제 내내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수상 실패는 의외지만, 전쟁·난민 등 정치적 메시지를 품거나 실험적 연출이 담긴 영화를 선호한 이번 영화제 경향성과 작품 성격이 맞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실망은 이르다. 이 영화의 가치를 평가받을 무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쩔수가없다>는 17일 시작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24일 국내 개봉한다. 내년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그의 이전 작품보다 대중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만큼 국내 흥행은 물론 아카데미 수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게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을 배운 영화팬으로서 바람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14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시사하며 사법부를 압박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인식이 북한과 중국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2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통해 우려를 내비친 법원에 힘을 실으며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 상황이 여기까지 온 건 사법부 스스로 권력 앞에 누웠기 때문”이라며 “사법부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멈춰선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대법원 주재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여당의 사법개혁 방안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과 관련해 “무도한 사법부 파괴에 대해 법관들이 더 강한 모습으로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인민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무도함은 중국이나 북한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며 “정 대표는 ‘확고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겁박하고 나섰다. 위험천만하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12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강조하고 같은 날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신중론이 나오는 등 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입법 추진에 대한 사법부 우려에 장 대표가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내란특별재판부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주권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 국회 등 직접 선출 권력이 사법부라는 간접 선출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며 “동등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리를 전면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대통령, 국회 등 선출된 권력이 사법부를 통제한다는 발상은 결국 ‘당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소비에트식 전체주의 논리와 매우 닮아있다”며 “이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은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그리고 김일성”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에 “대선 때 대선 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이 재판 독립인가”라며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시동 걸고 자초한 거 아닌가”라고 조 대법원장을 비판한 발언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의 사법개혁 시도가 6·3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아닌 척도 안 하고 본심을 드러내는 게 더 놀랍다”며 “이런 정청래 스타일 저질 복수극의 정해진 결말은 민주당 정권의 초단기 자멸”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별도 법원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이라며 “지금 현재 중단돼있는 이 대통령의 5개 사건을 모두 묶어 ‘이재명 사건 전담재판부’ 구성을 통해 재판을 재개해 위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찰리 커크(31)가 10일(현지시간) 행사 도중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정치 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나왔다.
커크는 이날 유타주에 있는 유타밸리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시작한 지 약 20분 만에 총격을 당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커크는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
용의자는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CNN은 연방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용의자 및 용의자가 현장에서 사용한 무기에 대한 수색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1명이 경찰에 연행됐지만 용의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당시 1000여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커크를 겨냥한 한 번의 총격만 있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커크가 선 연단에서 약 91m 떨어진 지붕 위에 있던 한 사람이 총성이 울린 후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표한 영상 연설에서 커크를 “순교자이자 애국자”로 지칭하며 “급진 좌파의 정치 폭력이 너무나 많은 무고한 이들을 해치고 생명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 끔찍한 일을 비롯해 정치 폭력에 기여한 모든 이와 조직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 저녁까지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그는 트루스소셜에서도 커크의 피살 사실을 알리며 “위대하고 심지어 전설적인 인물인 커크가 죽었다”며 “미국에서 청년들의 마음을 그보다 더 잘 이해하고 품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커크는 고교 졸업 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2012년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보수 이념을 확산해 왔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원했으며 그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23세의 나이로 최연소 찬조 연설을 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만 백악관을 100여차례 방문했다고 스스로 밝힐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개인 보좌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치활동위원회(PAC) 터닝포인트 액션을 창설하며 거액의 선거자금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커크가 트럼프 대통령 ‘이너서클’의 핵심 인사로 연설 및 모금 능력과 충성심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팟캐스트 ‘찰리 커크 쇼’를 진행하며 민주당과 진보 진영, 대학가의 ‘급진’ 성향 교수들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는 등 ‘문화전쟁’에 앞장서 왔다. 과격하고 극단적인 발언으로 반유대주의,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미 정치권에서는 초당적으로 정치 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런 유형의 폭력은 미국에 있을 자리가 없다. 당장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추모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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