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문화예술도시 도약 노력하는 대구···과제는 축제 집중도 높이기
페이지 정보

본문
분트 대구시가 음악 분야를 중심으로 비수도권 대표 문화예술도시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풍부한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축제 통합 등 ‘묘수’를 더한다는 게 대구시의 전략이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판타지아 대구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크고 작은 축제들을 봄·가을철 비슷한 시기에 열리도록 묶은 것으로 2022년부터 하반기부터 추진됐다.
올해 두번째 시즌에는 음악·연극·무용·시각예술·미디어아트 분야 15개 축제가 집중 개최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이 시기에 열린다. 2003년 첫 개최 후 이탈리아·독일·러시아 등 160여개 극장 및 단체가 참여해 왔다. 초연작을 다수 배출하는 등 국내 오페라 장르를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시는 유사한 성격의 축제를 집중 개최해 경기 활성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가 올해 봄축제를 찾은 관람객을 표본조사한 결과, 종합 만족도가 82.6점으로 1년 전에 비해 4.5점 올랐다. 축제 관람과 연계해 지역 내 관광지를 찾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0.3%로, 전년(31.8%)보다 18.5% 상승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부산과 광주 등 타 지자체에서도 ‘통합 축제’를 벤치마킹하며 주목하고 있다면서 축제가 집중된 도심을 찾는 관광객도 많이 늘어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는 인프라와 인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음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에는 한국 유일의 오페라 제작 극장인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콘서트하우스·코오롱 야외음악당 등 1000석 이상의 대형공연장 11곳과 중·소규모 공연시설 171곳 등 등 지방 최대 수준의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재 문화예술단체 651개 중 183개가 음악 부문(회원 비중 38.9%)이며, 공연창작지원센터·대구예술발전소 등 일상 속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도 풍부하다. 지역 대학에서는 매년 1000여명의 음악산업 인력이 양성되고 있다.
대구는 무형문화재 전수자에 의해 고산·욱수농악을 비롯한 8개 전통음악 분야의 계승 및 발전이 이뤄져 왔다. 박태준·현제명 등 한국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근·현대 음악가도 다수 배출됐다. 재즈·포크·국악·인디·힙합 등 다양한 장르별 축제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시는 고유의 음악 역사와 문화자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문화산업 전반으로 부가 가치를 확대하려고 기획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대구시는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중 ‘음악’ 분야에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경남 통영(2015년)에 이어 두번째로, 현재 세계 53개국 75개 도시가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는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의 도시 중 심사를 통해 8개 주제로 ‘창의도시’를 가려 뽑고 있다.
이밖에 미술 분야에서는 지난해 9월3일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이 지역을 알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술관에는 지난 1년간 총 40만6048명이 찾았다. 이중 절반 가까이(약 48%)가 타 지역에서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관람객의 33%는 미술관과 인접한 수성못 등 지역 주요 관광지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시가 민선 8기 출범 후 효율화를 내세워 문화예술관련 기관 6곳을 통합했는데, 각각의 특성과 역할을 살리지 못하는 등 역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통합 기관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최근 원장 측근 승진을 위한 내규 변경 의혹과 방만 운영 문제가 불거지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시는 진흥원을 포함한 산하기관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축제 집중 개최가 성과를 내는 만큼, 앞으로 타 지자체 및 해외시장에 대한 홍보를 확대해 문화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면서 또한 문제가 불거진 집행기관을 꼼꼼히 점검해 잘못된 관행과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농부 유화영씨의 하루는 오전 5시30분에 시작한다. 식사와 새참을 준비하고 닭에게 모이를 준다. 아침을 먹고 채비해 밭으로 나간다. 해가 뜨거워져 ‘더 일하다가는 쓰러지겠다’ 싶을 때 집으로 돌아온다. 날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정오 즈음이다.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린 뒤 ‘농사일인지 집안일인지 요리인지’ 싶은 일들을 한다. 쪽파를 다듬고, 콩을 까고, 고구마순을 다듬는다. 해가 기울면 다시 밭으로 향한다. 해가 길면 하루 15시간도 일한다. 해가 짧으면 짧은 대로 한꺼번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해 숨 가쁘다. 계절과 날씨를 타지만 휴일은 없는 게 농부의 일상이다.
9년 차 농부 유씨를 충남 논산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6년 서울을 떠나 이곳에 터를 잡은 유씨는 단호박, 감자, 양파, 쪽파, 당근, 들깨, 보리 등 다양한 작물을 농사짓는다. 평생 농사를 꿈꿨다는 그는 실제로 해보니 농사일이라는 게 육체적으로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기후재난 시대, 농사는 이런 노력을 배신한다. 그는 ‘농사만큼 정직한 게 없다’는 말도 다 옛말이라며 아무리 정성껏 가꿔놓아도 폭우에 한 번 쓸려가 버리면 아무것도 안 남고, 작물이 폭염에 다 타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큰 재해가 없었다던 논산에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괴물 폭우’가 내렸다. 유씨네 밭에도 물이 들이쳤다. 하우스 두 동과 모든 농지가 손바닥만큼도 안 남기고 다 물에 잠겼다. 2년 전에는 허리까지 물이 찼고 작년에는 가슴 높이까지 찼다. 작년엔 한 번도 아니고 7월과 9월, 그렇게 두 번 비가 왔다고 그는 회상했다.
첫 폭우는 하우스 안에 수확을 앞둔 단호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을 때 내렸다. 막 수확한 양파 1t은 하우스 바닥에 깔아 말리고 있었다. 유씨는 그해 양파 농사가 엄청나게 잘됐다. 지금까지 지은 것 중 제일 잘 됐는데, 그 양파가 물에 잠기는 걸 볼 수가 없어서 승용차로 10번을 날라서 구출했다고 말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양파는 구해냈지만 단호박은 그대로 못 쓰게 됐다. 그는 ‘저걸 팔아야 돈이 되는데’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전에 내가 죽을 똥 살 똥, 아글타글 애쓴 시간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비 소식이 있는 날이면 강수량 예보에 상관없이 유씨는 마음을 졸인다.
폭염도 농사를 어렵게 만든다. 작물은 더위를 버텨내느라 작은 열매를 맺는다. 겨우 맺힌 열매가 땡볕에 삶아지기도 한다. 양파는 수확한 뒤 며칠 동안은 캔 자리에서 건조하는데, 날이 뜨거우면 땅과 닿은 부분이 납작해진다.
기후위기 때문에 농사에 드는 노력과 비용은 배가 됐다. 유씨는 사과 농사를 지으면 봄에 꽃을 솎아줘야 하는데, 요새는 냉해가 언제 올지 모르니 조금 따고 지켜보고, 조금 따고 지켜보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잎사귀나 가지를 치는 일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한 번에 해버릴 일을 날씨 눈치를 봐가며 조금씩 하니 인건비가 몇 배로 든다고 설명했다. 생산비는 몇 배로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논란이 되면 허탈한 마음이 든다. 그는 가격이 오른다고 농민이 떼돈을 버는 게 아니다. 그만큼 망한 농민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최전선에는 여성 농민이 있다. 유씨는 여성 농민은 대부분 대형 농기구를 쓰지 않고 낫이나 호미 같은 작은 농기구를 이용하거나 맨몸으로 노동한다며 폭염·폭우 같은 기후재난에 직접 노출돼 있어 밭에서 일할 때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농민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다. 유씨는 농사는 탄소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산업도 하지 못하는 일을 여성 농민들이 하고 있다고 했다.
유씨가 속한 여성농민 협동조합인 ‘언니네 텃밭’은 친환경·유기 농업을 지향하고, 전통 농업 복원을 위해 토종씨앗을 지킨다. 친환경·유기 농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다.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늘려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한다. 분트 유씨는 매년 귀향초, 사과참외, 검은찰옥수수, 쇠뿔가지, 제비콩, 보라완두콩 등 씨앗을 뿌리고 다시 거둔다. 우리 땅에서 자라온 작물을 매년 직접 심고 거두면 거대기업이 냉동고에 보관한 씨앗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 잘 살아남으리라고 믿는다.
당장의 수익만 생각하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돈도 더 들고 손도 더 간다. 시장에서 선호하는 크고 예쁜 작물을 생산하기도 어렵다. 유씨는 개인에게만 맡겨두면 이런 농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정부가 ‘기후생태직불금’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기존의 ‘관행 농업’을 생태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오는 27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다. 그는 개인의 실천은 너무 한계가 있고 언제까지 기업의 양심에 호소할 수는 없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천은 정치에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탄소를 덜 배출하는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더 많이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더 많이 배출하는 집단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행진에 간다고 말했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판타지아 대구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크고 작은 축제들을 봄·가을철 비슷한 시기에 열리도록 묶은 것으로 2022년부터 하반기부터 추진됐다.
올해 두번째 시즌에는 음악·연극·무용·시각예술·미디어아트 분야 15개 축제가 집중 개최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이 시기에 열린다. 2003년 첫 개최 후 이탈리아·독일·러시아 등 160여개 극장 및 단체가 참여해 왔다. 초연작을 다수 배출하는 등 국내 오페라 장르를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시는 유사한 성격의 축제를 집중 개최해 경기 활성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가 올해 봄축제를 찾은 관람객을 표본조사한 결과, 종합 만족도가 82.6점으로 1년 전에 비해 4.5점 올랐다. 축제 관람과 연계해 지역 내 관광지를 찾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0.3%로, 전년(31.8%)보다 18.5% 상승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부산과 광주 등 타 지자체에서도 ‘통합 축제’를 벤치마킹하며 주목하고 있다면서 축제가 집중된 도심을 찾는 관광객도 많이 늘어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는 인프라와 인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음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에는 한국 유일의 오페라 제작 극장인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콘서트하우스·코오롱 야외음악당 등 1000석 이상의 대형공연장 11곳과 중·소규모 공연시설 171곳 등 등 지방 최대 수준의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재 문화예술단체 651개 중 183개가 음악 부문(회원 비중 38.9%)이며, 공연창작지원센터·대구예술발전소 등 일상 속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도 풍부하다. 지역 대학에서는 매년 1000여명의 음악산업 인력이 양성되고 있다.
대구는 무형문화재 전수자에 의해 고산·욱수농악을 비롯한 8개 전통음악 분야의 계승 및 발전이 이뤄져 왔다. 박태준·현제명 등 한국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근·현대 음악가도 다수 배출됐다. 재즈·포크·국악·인디·힙합 등 다양한 장르별 축제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시는 고유의 음악 역사와 문화자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문화산업 전반으로 부가 가치를 확대하려고 기획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대구시는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중 ‘음악’ 분야에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경남 통영(2015년)에 이어 두번째로, 현재 세계 53개국 75개 도시가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는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의 도시 중 심사를 통해 8개 주제로 ‘창의도시’를 가려 뽑고 있다.
이밖에 미술 분야에서는 지난해 9월3일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이 지역을 알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술관에는 지난 1년간 총 40만6048명이 찾았다. 이중 절반 가까이(약 48%)가 타 지역에서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관람객의 33%는 미술관과 인접한 수성못 등 지역 주요 관광지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시가 민선 8기 출범 후 효율화를 내세워 문화예술관련 기관 6곳을 통합했는데, 각각의 특성과 역할을 살리지 못하는 등 역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통합 기관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최근 원장 측근 승진을 위한 내규 변경 의혹과 방만 운영 문제가 불거지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시는 진흥원을 포함한 산하기관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축제 집중 개최가 성과를 내는 만큼, 앞으로 타 지자체 및 해외시장에 대한 홍보를 확대해 문화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면서 또한 문제가 불거진 집행기관을 꼼꼼히 점검해 잘못된 관행과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농부 유화영씨의 하루는 오전 5시30분에 시작한다. 식사와 새참을 준비하고 닭에게 모이를 준다. 아침을 먹고 채비해 밭으로 나간다. 해가 뜨거워져 ‘더 일하다가는 쓰러지겠다’ 싶을 때 집으로 돌아온다. 날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정오 즈음이다.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린 뒤 ‘농사일인지 집안일인지 요리인지’ 싶은 일들을 한다. 쪽파를 다듬고, 콩을 까고, 고구마순을 다듬는다. 해가 기울면 다시 밭으로 향한다. 해가 길면 하루 15시간도 일한다. 해가 짧으면 짧은 대로 한꺼번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해 숨 가쁘다. 계절과 날씨를 타지만 휴일은 없는 게 농부의 일상이다.
9년 차 농부 유씨를 충남 논산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6년 서울을 떠나 이곳에 터를 잡은 유씨는 단호박, 감자, 양파, 쪽파, 당근, 들깨, 보리 등 다양한 작물을 농사짓는다. 평생 농사를 꿈꿨다는 그는 실제로 해보니 농사일이라는 게 육체적으로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기후재난 시대, 농사는 이런 노력을 배신한다. 그는 ‘농사만큼 정직한 게 없다’는 말도 다 옛말이라며 아무리 정성껏 가꿔놓아도 폭우에 한 번 쓸려가 버리면 아무것도 안 남고, 작물이 폭염에 다 타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큰 재해가 없었다던 논산에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괴물 폭우’가 내렸다. 유씨네 밭에도 물이 들이쳤다. 하우스 두 동과 모든 농지가 손바닥만큼도 안 남기고 다 물에 잠겼다. 2년 전에는 허리까지 물이 찼고 작년에는 가슴 높이까지 찼다. 작년엔 한 번도 아니고 7월과 9월, 그렇게 두 번 비가 왔다고 그는 회상했다.
첫 폭우는 하우스 안에 수확을 앞둔 단호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을 때 내렸다. 막 수확한 양파 1t은 하우스 바닥에 깔아 말리고 있었다. 유씨는 그해 양파 농사가 엄청나게 잘됐다. 지금까지 지은 것 중 제일 잘 됐는데, 그 양파가 물에 잠기는 걸 볼 수가 없어서 승용차로 10번을 날라서 구출했다고 말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양파는 구해냈지만 단호박은 그대로 못 쓰게 됐다. 그는 ‘저걸 팔아야 돈이 되는데’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전에 내가 죽을 똥 살 똥, 아글타글 애쓴 시간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비 소식이 있는 날이면 강수량 예보에 상관없이 유씨는 마음을 졸인다.
폭염도 농사를 어렵게 만든다. 작물은 더위를 버텨내느라 작은 열매를 맺는다. 겨우 맺힌 열매가 땡볕에 삶아지기도 한다. 양파는 수확한 뒤 며칠 동안은 캔 자리에서 건조하는데, 날이 뜨거우면 땅과 닿은 부분이 납작해진다.
기후위기 때문에 농사에 드는 노력과 비용은 배가 됐다. 유씨는 사과 농사를 지으면 봄에 꽃을 솎아줘야 하는데, 요새는 냉해가 언제 올지 모르니 조금 따고 지켜보고, 조금 따고 지켜보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잎사귀나 가지를 치는 일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한 번에 해버릴 일을 날씨 눈치를 봐가며 조금씩 하니 인건비가 몇 배로 든다고 설명했다. 생산비는 몇 배로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논란이 되면 허탈한 마음이 든다. 그는 가격이 오른다고 농민이 떼돈을 버는 게 아니다. 그만큼 망한 농민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최전선에는 여성 농민이 있다. 유씨는 여성 농민은 대부분 대형 농기구를 쓰지 않고 낫이나 호미 같은 작은 농기구를 이용하거나 맨몸으로 노동한다며 폭염·폭우 같은 기후재난에 직접 노출돼 있어 밭에서 일할 때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농민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다. 유씨는 농사는 탄소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산업도 하지 못하는 일을 여성 농민들이 하고 있다고 했다.
유씨가 속한 여성농민 협동조합인 ‘언니네 텃밭’은 친환경·유기 농업을 지향하고, 전통 농업 복원을 위해 토종씨앗을 지킨다. 친환경·유기 농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다.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늘려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한다. 분트 유씨는 매년 귀향초, 사과참외, 검은찰옥수수, 쇠뿔가지, 제비콩, 보라완두콩 등 씨앗을 뿌리고 다시 거둔다. 우리 땅에서 자라온 작물을 매년 직접 심고 거두면 거대기업이 냉동고에 보관한 씨앗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 잘 살아남으리라고 믿는다.
당장의 수익만 생각하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돈도 더 들고 손도 더 간다. 시장에서 선호하는 크고 예쁜 작물을 생산하기도 어렵다. 유씨는 개인에게만 맡겨두면 이런 농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정부가 ‘기후생태직불금’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기존의 ‘관행 농업’을 생태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오는 27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다. 그는 개인의 실천은 너무 한계가 있고 언제까지 기업의 양심에 호소할 수는 없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천은 정치에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탄소를 덜 배출하는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더 많이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더 많이 배출하는 집단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행진에 간다고 말했다.
- 이전글몸캠피싱해결 [책과 삶]그는 폐허가 되더라도 빛나는 건축을 꿈꿨다 25.09.22
- 다음글분트 [금주의 B컷]새들이 이겼다…우리가 해냈다 25.09.2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