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실용외교의 좌표를 찾아서
페이지 정보

본문
탐정사무소 이재명표 실용외교가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민 300여명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불법적인 체류와 직업 행위의 명목으로 체포됐다.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장면이 생생하게 중계됐다. 새로운 한·미관계의 한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듯해, 많은 국민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이 주도한 2차 세계대전 전승 8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하면서까지 미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미 정상회담은 대체로 성공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트럼프 정부가 동맹의 가치는 도외시하고, 철저히 미국 중심의 세계관과 국익을 관철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미국의 이익에 우선적으로 봉사해야 가능해졌다. 트럼프가 제시한 바대로 다 순응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한·미 동맹의 위기와 혼란스러운 대중 관계에 대해 이재명표 실용외교의 내용이 궁금하다. 김민석 총리는 총리 후보자 시절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새로운 방향으로 지역적·전략적 안정성을 언급했다. 이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역내 급격한 세력 변동으로 야기되는 폐해를 억제하는 대신, 중국의 부상 자체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동시에 핵무장국이나 강대국이 강압적인 군사전략을 채택해 역내 급격한 세력 변경이나 독단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반대하고 대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강대국 대치 속 한국은 ‘사면초가’
그러나 지금껏 드러난 이재명표 외교는 아직 그 진면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우경화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도 강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비헌법적이라 규정되었음에도, 계엄을 지지한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40% 이상 득표했다. 트럼프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대한민국을 숙청과 혁명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언급했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기존 반헌법적 세력에 대한 숙청이 진행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에 의한 혁명도 가능하다는 소리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 극우 보수집단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보호할 것으로 믿고, 한국 대통령 선거를 불법적 결과로 간주하는 트럼프 대망론 속에 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언급한 평택 분트 미군기지의 미국 소유 주장조차도 수용할 것이다.
이러한 국내정치적 제약 상황은 이재명표 실용외교의 발목을 붙잡고, 미국의 요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제공한다. 국내 보수화의 또 다른 이면에는 북한에 대한 분노도 자리하지만, 중국에 대한 깊은 적개심과 두려움이 존재한다. 중국에 대한 태도는 이제 북한을 넘어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이 되고 있다. 객관적 논거가 부족한 단순화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자율성이나 국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진정 ‘사면초가’이다. 미국의 압박은 더욱 심화할 것이고, 일본과의 실제적인 협력은 난망하다. 중국의 대한국 정책은 최근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는 한·미 동맹을 보다 적대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한반도 국면 주도권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최근 국내에서 시진핑 실각설이 만연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점차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점해가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미국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조업 부흥과 군사력 확충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미국 국익 추구는 타국의 자발적인 동의를 획득하기 어렵다. 즉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미 제조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중국은 군사력은 물론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전략, 세계인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류운명공동체론, 글로벌 정치 구상 등을 통해 지역적·세계적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냉정한 정세평가로 생존법 찾아야
이재명 정부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인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베이징에서 치러진 전승절 행사에 전격적으로 참여해 천안문 성루에서 시진핑, 푸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빅3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과 더불어 중국의 경제적 지원 및 글로벌 사우스 외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지닐 수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중국의 대한국 정책도 점차 비관용적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국제 정치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해법을 찾는 것은 난항이다. 어떠한 결정도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하기 십상이고, 이는 국민의 고통을 배가하고 국내 정쟁의 대상으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당면한 어려운 상황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공감대 확산을 통해 어떠한 압박에도 쉽사리 굴복하지 않을 체질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총리실이나 국가안보실이 주도해 초당파적으로 현 정세에 대한 냉정한 평가 작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 정세 평가에 대한 내적 공감대에 기반해, 전봉근 교수가 통렬히 지적한 대전략, 외교적 자율성, 국익 합의, 전략적 사고가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서도 과도한 비관론보다는 그 국가들의 현실을 냉정히 분석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생존과 협력의 공간을 충분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화는 이 시대의 희소 자원이 되고 있다. 마치 19세기 말 약육강식의 국제 정치로 시대정신이 퇴보하는 듯하다. 향후 10년 동북아의 바다는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거칠게 그려내는 풍랑과 충돌의 바다로 변모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정치 현실주의가 그리는 사악한 세계에 함몰되기보다는 주변 모두와 협력, 공생, 공존, 발전을 도모하는 귀한 외교를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 길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는 다시 강대국 충돌의 희생자로 전락할 것이다.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성노동자 심모씨의 1주기를 맞아 동료들이 거리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심씨의 추모식을 열고 성매매 집결지인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의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심씨의 제사상은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 차려졌다. 영정 속 고인은 앳된 얼굴이었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죽음으로 싸우겠다’고 적힌 손팻말을 든 고인의 생전 사진도 놓였다. 검은 옷차림의 동료들은 수척한 얼굴로 접이식 상 위에 과일과 전, 떡, 국, 소주와 캔맥주를 올렸다.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린 뒤, 눈시울을 붉힌 채 멍하니 사진을 바라보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동료들의 기억 속 심씨는 만화영화 속 ‘캔디’ 같은 사람이었다. 밝고 씩씩하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살아가던 사람이라며 금방이라도 ‘언니’ 하며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는 추모사가 이어졌다. 남들에게는 하찮은 7900원짜리 티셔츠를 몇년 만에 사 입고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도 했다.
심씨의 지인은 이혼하고 기저귀 찬 어린 딸을 데리고 마산, 포항 등을 떠돌며 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온 곳이 미아리였다며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내 새끼 사랑한다’ 이런 글을 써놓고 집을 나섰을 때 심정이 어땠겠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생전 심씨는 성노동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생존이 죄가 된다면 바뀌어야 하는 건 사회 아닌가라며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외친 사람이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그런 그를 끝내 벼랑 끝으로 몬 건 불법 추심이었다. 홀로 어린 딸과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부양하던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대부업체에서 빌렸다. 그러나 빚은 한 달 만에 수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채권자들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고, 지난해 8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심씨와 가족 등 7명에게 87차례 심야 전화를 걸어 폭언했다. SNS에는 채무자의 얼굴과 가족사진까지 올렸다. 결국 심씨는 지난해 9월20일 대전의 한 펜션에서 사채업자들의 이름과 빌린 액수를 적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경찰 수사는 늦었다. 심씨 지인의 제보를 받고도 수사 착수까지 46일이 걸렸다. 심씨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며 불법 사금융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불법 추심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심씨의 동료들은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 단속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정작 피해자인 성노동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현실은 외면됐다고 했다. 동료 김모씨(49)는 우리는 4대 보험도 없고 신용도 없으니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사채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들이 성노동자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고 외친 이유다.
미아리 텍사스는 2023년부터 재개발로 해체되고 있다. 철거가 완료되면 이 일대에는 지상 47층 규모의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성노동자와 세입자들은 강제 퇴거를 당했다. 철거 과정에서 집행관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와 잠옷 차림으로 쫓겨났다고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제 압류 시 사전 절차에 소홀하고, 강제 개문 뒤 안내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 비밀 침해라는 판단을 지난 9일 내놓았다. 남은 이들은 성북구청 앞에서 주거권 보장과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거대한 도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36년째 변치 않고 자리한 한 공간이 있다. 바로 다일공동체의 ‘밥퍼’다. 이곳은 단순한 무료급식소가 아니다. 어느 순간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으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사실 이곳은 희망과 생명을 잇는 공동의 안식처다.
밥 한 끼, 존엄을 회복하는 출발점한 수혜자는 배고파서 죽는 것보다 외로워서 죽겠다며 밥퍼를 찾아왔다. 그곳에서 따뜻한 한마디와 웃음의 위로를 받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고 한다. 밥퍼는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공간이다.
일상의 복지를 넘어, 통합 복지의 모델밥퍼는 ‘무료급식’이라는 틀을 넘어선다. 정서적 위로, 공동체 회복, 자립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복지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36년간 약 5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나눔을 실천했다는 사실은, 시민 사회의 자발적 연대를 이끄는 사회적 플랫폼으로서 밥퍼의 가치를 보여준다.
금속처럼 강인한 신뢰의 공간수많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계속된 밥퍼 운영은, 이 공간이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연대의 상징임을 입증한다. 현대 사회가 흔들릴 때에도 금속처럼 단단히 버텨낸 밥퍼의 정신은, 몽석의 철학처럼 우리 공동체의 지속성을 지탱하는 근본적 힘을 상징한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뻗은 나눔밥퍼는 이제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나눔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현재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에 11개국 22개 분원이 운영 중이며,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은 이웃이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니다. 밥퍼는 글로벌 K-나눔의 성지다.
님비를 넘어, 핌피로(PIMFY)배제의 시대에 ‘님비(NIMBY)’로 대표되는 반대 논리는 공동체를 잠식한다. 하지만 밥퍼는 내 앞마당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PIMFY, Please In My Front Yard)는 자세로 우리를 다시 환대와 연대의 공동체로 이끈다. 도시의 재개발과 성장 속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다.
맺는 글밥퍼는 단순한 급식 공간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장소, 사회적 연대로 이어주는 플랫폼, 지속 가능한 나눔의 실천터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간에 대한 시선을 기피에서 환대로 전환하는 일이 필수다.
밥퍼는 낡은 틀을 깨고,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여는 따뜻한 희망의 거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동맹의 가치는 도외시하고, 철저히 미국 중심의 세계관과 국익을 관철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미국의 이익에 우선적으로 봉사해야 가능해졌다. 트럼프가 제시한 바대로 다 순응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한·미 동맹의 위기와 혼란스러운 대중 관계에 대해 이재명표 실용외교의 내용이 궁금하다. 김민석 총리는 총리 후보자 시절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새로운 방향으로 지역적·전략적 안정성을 언급했다. 이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역내 급격한 세력 변동으로 야기되는 폐해를 억제하는 대신, 중국의 부상 자체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동시에 핵무장국이나 강대국이 강압적인 군사전략을 채택해 역내 급격한 세력 변경이나 독단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반대하고 대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강대국 대치 속 한국은 ‘사면초가’
그러나 지금껏 드러난 이재명표 외교는 아직 그 진면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우경화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도 강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비헌법적이라 규정되었음에도, 계엄을 지지한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40% 이상 득표했다. 트럼프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대한민국을 숙청과 혁명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언급했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기존 반헌법적 세력에 대한 숙청이 진행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에 의한 혁명도 가능하다는 소리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 극우 보수집단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보호할 것으로 믿고, 한국 대통령 선거를 불법적 결과로 간주하는 트럼프 대망론 속에 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언급한 평택 분트 미군기지의 미국 소유 주장조차도 수용할 것이다.
이러한 국내정치적 제약 상황은 이재명표 실용외교의 발목을 붙잡고, 미국의 요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제공한다. 국내 보수화의 또 다른 이면에는 북한에 대한 분노도 자리하지만, 중국에 대한 깊은 적개심과 두려움이 존재한다. 중국에 대한 태도는 이제 북한을 넘어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이 되고 있다. 객관적 논거가 부족한 단순화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자율성이나 국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진정 ‘사면초가’이다. 미국의 압박은 더욱 심화할 것이고, 일본과의 실제적인 협력은 난망하다. 중국의 대한국 정책은 최근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는 한·미 동맹을 보다 적대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한반도 국면 주도권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최근 국내에서 시진핑 실각설이 만연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점차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점해가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미국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조업 부흥과 군사력 확충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미국 국익 추구는 타국의 자발적인 동의를 획득하기 어렵다. 즉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미 제조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중국은 군사력은 물론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전략, 세계인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류운명공동체론, 글로벌 정치 구상 등을 통해 지역적·세계적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냉정한 정세평가로 생존법 찾아야
이재명 정부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인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베이징에서 치러진 전승절 행사에 전격적으로 참여해 천안문 성루에서 시진핑, 푸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빅3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과 더불어 중국의 경제적 지원 및 글로벌 사우스 외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지닐 수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중국의 대한국 정책도 점차 비관용적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국제 정치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해법을 찾는 것은 난항이다. 어떠한 결정도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하기 십상이고, 이는 국민의 고통을 배가하고 국내 정쟁의 대상으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당면한 어려운 상황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공감대 확산을 통해 어떠한 압박에도 쉽사리 굴복하지 않을 체질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총리실이나 국가안보실이 주도해 초당파적으로 현 정세에 대한 냉정한 평가 작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 정세 평가에 대한 내적 공감대에 기반해, 전봉근 교수가 통렬히 지적한 대전략, 외교적 자율성, 국익 합의, 전략적 사고가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서도 과도한 비관론보다는 그 국가들의 현실을 냉정히 분석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생존과 협력의 공간을 충분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화는 이 시대의 희소 자원이 되고 있다. 마치 19세기 말 약육강식의 국제 정치로 시대정신이 퇴보하는 듯하다. 향후 10년 동북아의 바다는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거칠게 그려내는 풍랑과 충돌의 바다로 변모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정치 현실주의가 그리는 사악한 세계에 함몰되기보다는 주변 모두와 협력, 공생, 공존, 발전을 도모하는 귀한 외교를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 길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는 다시 강대국 충돌의 희생자로 전락할 것이다.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성노동자 심모씨의 1주기를 맞아 동료들이 거리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심씨의 추모식을 열고 성매매 집결지인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의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심씨의 제사상은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 차려졌다. 영정 속 고인은 앳된 얼굴이었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죽음으로 싸우겠다’고 적힌 손팻말을 든 고인의 생전 사진도 놓였다. 검은 옷차림의 동료들은 수척한 얼굴로 접이식 상 위에 과일과 전, 떡, 국, 소주와 캔맥주를 올렸다.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린 뒤, 눈시울을 붉힌 채 멍하니 사진을 바라보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동료들의 기억 속 심씨는 만화영화 속 ‘캔디’ 같은 사람이었다. 밝고 씩씩하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살아가던 사람이라며 금방이라도 ‘언니’ 하며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는 추모사가 이어졌다. 남들에게는 하찮은 7900원짜리 티셔츠를 몇년 만에 사 입고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도 했다.
심씨의 지인은 이혼하고 기저귀 찬 어린 딸을 데리고 마산, 포항 등을 떠돌며 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온 곳이 미아리였다며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내 새끼 사랑한다’ 이런 글을 써놓고 집을 나섰을 때 심정이 어땠겠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생전 심씨는 성노동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생존이 죄가 된다면 바뀌어야 하는 건 사회 아닌가라며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외친 사람이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그런 그를 끝내 벼랑 끝으로 몬 건 불법 추심이었다. 홀로 어린 딸과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부양하던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대부업체에서 빌렸다. 그러나 빚은 한 달 만에 수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채권자들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고, 지난해 8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심씨와 가족 등 7명에게 87차례 심야 전화를 걸어 폭언했다. SNS에는 채무자의 얼굴과 가족사진까지 올렸다. 결국 심씨는 지난해 9월20일 대전의 한 펜션에서 사채업자들의 이름과 빌린 액수를 적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경찰 수사는 늦었다. 심씨 지인의 제보를 받고도 수사 착수까지 46일이 걸렸다. 심씨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며 불법 사금융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불법 추심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심씨의 동료들은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 단속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정작 피해자인 성노동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현실은 외면됐다고 했다. 동료 김모씨(49)는 우리는 4대 보험도 없고 신용도 없으니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사채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들이 성노동자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고 외친 이유다.
미아리 텍사스는 2023년부터 재개발로 해체되고 있다. 철거가 완료되면 이 일대에는 지상 47층 규모의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성노동자와 세입자들은 강제 퇴거를 당했다. 철거 과정에서 집행관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와 잠옷 차림으로 쫓겨났다고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제 압류 시 사전 절차에 소홀하고, 강제 개문 뒤 안내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 비밀 침해라는 판단을 지난 9일 내놓았다. 남은 이들은 성북구청 앞에서 주거권 보장과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거대한 도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36년째 변치 않고 자리한 한 공간이 있다. 바로 다일공동체의 ‘밥퍼’다. 이곳은 단순한 무료급식소가 아니다. 어느 순간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으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사실 이곳은 희망과 생명을 잇는 공동의 안식처다.
밥 한 끼, 존엄을 회복하는 출발점한 수혜자는 배고파서 죽는 것보다 외로워서 죽겠다며 밥퍼를 찾아왔다. 그곳에서 따뜻한 한마디와 웃음의 위로를 받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고 한다. 밥퍼는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공간이다.
일상의 복지를 넘어, 통합 복지의 모델밥퍼는 ‘무료급식’이라는 틀을 넘어선다. 정서적 위로, 공동체 회복, 자립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복지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36년간 약 5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나눔을 실천했다는 사실은, 시민 사회의 자발적 연대를 이끄는 사회적 플랫폼으로서 밥퍼의 가치를 보여준다.
금속처럼 강인한 신뢰의 공간수많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계속된 밥퍼 운영은, 이 공간이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연대의 상징임을 입증한다. 현대 사회가 흔들릴 때에도 금속처럼 단단히 버텨낸 밥퍼의 정신은, 몽석의 철학처럼 우리 공동체의 지속성을 지탱하는 근본적 힘을 상징한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뻗은 나눔밥퍼는 이제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나눔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현재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에 11개국 22개 분원이 운영 중이며,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은 이웃이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니다. 밥퍼는 글로벌 K-나눔의 성지다.
님비를 넘어, 핌피로(PIMFY)배제의 시대에 ‘님비(NIMBY)’로 대표되는 반대 논리는 공동체를 잠식한다. 하지만 밥퍼는 내 앞마당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PIMFY, Please In My Front Yard)는 자세로 우리를 다시 환대와 연대의 공동체로 이끈다. 도시의 재개발과 성장 속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다.
맺는 글밥퍼는 단순한 급식 공간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장소, 사회적 연대로 이어주는 플랫폼, 지속 가능한 나눔의 실천터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간에 대한 시선을 기피에서 환대로 전환하는 일이 필수다.
밥퍼는 낡은 틀을 깨고,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여는 따뜻한 희망의 거점이다.
- 이전글여자레플리카사이트 캐나다·영국 등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네타냐후 격앙…하마스는 환영 25.09.23
- 다음글분트 충남도, 철강산업 위기 극복 위해 협의체 구성···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추진 25.09.2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