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미 국무부 부장관,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깊은 유감 …불이익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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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4일 미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미국에 재입국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은 미 이민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돼 구금된 한국인 317명이 감내해야 했던 처우를 언급했다. 박 차관은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불이익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미측이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재발 방지와 제도개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이번 사태를 제도개선과 한·미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귀국자들이 미국에 재입국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며 향후 어떠한 유사 사태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0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지만, 유감은 표명하지 않았다.
양 차관은 한국 노동자들의 비자 체계 개선 마련에 뜻을 함께했다. 박 차관은 한국 맞춤형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해 외교·국무부 간의 워킹그룹 창설과 비자 관련 상담창구 개설 이행에 박차를 가하자고 밝혔다. 랜다우 차관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 활동이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점을 절감한다면서 합당한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 관련 실무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고 말했다.
양 차관은 대북 정책에 대한 뜻도 함께했다. 박 차관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미측이 피스메이커,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 각자의 역할을 다해 나가자고 말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양 차관은 이달 유엔총회와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를 계기로 한·미 고위급 외교 일정을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조선, 원자력, 첨단기술 등에 대한 진전된 협력 성과를 도출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웹사이트 상위노출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다시 압수수색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7월 경기 가평군 통일교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번에는 지역 지구가 추가됐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용산구의 통일교 본부, 통일교 세계본부 및 통일교 유관단체 천주평화연합(UPF) 5개 지역 지구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통일교의 지역 지구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본부와 UPF는 전국을 5개 지구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대표선거 전 교인들에게 국민의힘 입당 원서를 배포해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고 의심한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엔 정당법 위반 혐의 등이 적시됐다. 정당법은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않는다’(42조), ‘당 대표 경선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49조)고 규정한다.
앞서 특검은 김 여사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2022년 11월 김 여사로부터 통일교 교인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통일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윤씨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승인 아래 이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유착이 심화했다고 판단한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지역별 지구장들이 대선 전에 국민의힘 측에 후원금 명목의 현금 2억여원을 나눠서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윤씨는 지구장을 관리하면서 국민의힘 측에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당원 명단 확보를 위해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국민의힘 측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지난 7월 통일교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교인 명부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통일교 측은 특검의 강제수사와 관련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평할매 고향은 남원이다. 남원 어느 골 이름이 백평이었나 보다. 그래 백평떡이었는데 하필이면 푸둥푸둥 인심 좋게 생겼더랬다.
백평할매 시댁은 난리통에 아작이 났다. 시어른 넷 중에 셋이 좌익이었는데 두 사람은 산에서 죽고, 자수한 한 사람은 어느 날 토벌대가 앞장을 서라고 했다. 한때는 동지였던 자들을 토벌대 끌고 제 발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 참담한 심정의 사람을 토벌대가 등 뒤에서 쏴 죽였다.
장마철이었는데 시체 수습할 남자 하나가 마을에 없었단다. 백평할매는 옆집 아저씨와 한밤중 시신을 찾아 나섰다. 누군가 거적때기로 덮어놓았는데 손 한쪽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 손을 잡았는데 그만 살이 쑥 빠지고 말았다. 할매는 썩은 살이 미끄덩 벗겨지던 감각을 평생 잊지 못했다. 한때 좌익이었던 사람이라 번듯한 묘를 쓸 형편도 못 되어 오는 길에 산에 묻고 표시만 해놓았다. 할매는 그날 한밤중에 동행해주었던 동네 사람을 평생 은인으로 모셨다. 두고두고 그이를 존경해 올벼며 수수며, 처음 수확한 작물은 아낌없이 퍼 날랐다.
언젠가 아이들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 욕을 한 일이 있었다. 지나가던 백평할매가 식겁을 하며 아이들을 나무랐다.
아이고, 고런 말은 입에 담으먼 안 돼야. 참말로 베락 맞아 죽어뿔먼 워쩔라고 그냐.
사람이 벼락 맞아 죽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 웃으며 우리 할머니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할머니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가셨다. 말하기 좋아하고 말솜씨 기막히던 할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 집 막둥이 시할배 원덕이가 참말 몹쓸 놈이었어야.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내동 욕을 해쌌는디 참말로 베락을 맞아서 죽어부렀다고 안 허냐. 온 집안이 뽈갱인디 워쩌자고 자개 혼차 군인이 되등만 사람 여럿 골로 보냈는갑드라. 천벌을 받은 것이여 천벌을.
원덕이라는 이름은 나도 들어봤다. 동네 어른들은 누가 서리를 하거나 몸싸움을 하면 글다 원덕이겉이 되먼 워쩔라고 그냐, 엄포를 놨었다. 원덕이는, 우리는 보지도 못했던 원덕이는, 그러니까 어린 우리에게 악의 표본과도 같은 존재였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걸핏하면 아내를 두드려 패서 마을을 뒤집어놓던 원덕이는 전쟁 무렵 국군에 입대하며 집을 떠났다. 즉결처분권을 가진 헌병이 되어서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에 이어 오인 사살 사건으로 불명예 제대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
어느 날, 백평할매 집에 낯선 여자와 아이가 찾아왔다. 충청도 금산 사람이라는 여자는 작부 출신으로 원덕이와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고향에서처럼 원덕이는 불쑥 사라졌고 여자 혼자 아이를 키웠다. 10여년 만에 난데없는 부고가 날아왔다. 평택 어느 집 머슴으로 일하던 원덕이가 벼락 치고 천둥 치는 날 괭이 들고 밭에 나갔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백평할매 집안사람들은 그날 이후 다시는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는 욕을 하지 않는다.
뒤늦게 남편의 고향을 찾아온 여자가 원한 건 오직 하나, 자신의 호적이었다. 호적도 없이 작부로 일하며 아이를 키웠던 여자는 그제라도 세상에 뿌리박은 존재로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백평할매 큰아들은 이웃 동네 딸로 가짜 입양을 시켜 여자의 호적을 만들어주었다. 원덕이의 본처는 남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 본처의 무덤을 이장했던 백평할매가 눈물을 찍으며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뫼를 파봉게 뻬도 없습디다. 자석도 없이 갔는디 뻬도 없드랑게요. 월매나 한이 됐으먼 암것도 안 냉기고 훌훌 가불고 싶었는갑서요.
한 많은 본처는 뼈도 안 남겼는데 벼락 맞아 죽은 원덕이는 자식을 남겼다. 그 자식은 이미 늙어 서울 어디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며 아비와는 다르게 살고 있단다. 한만 남기고 죽은 사람들 고이 보내는 게 특기였던 백평할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어쨌거나 벼락 맞아 죽었으면 좋겠을 나쁜 놈이라도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함부로 욕하는 게 아니다. 몸집만큼 마음도 넉넉했던 백평할매가 그랬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은 미 이민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돼 구금된 한국인 317명이 감내해야 했던 처우를 언급했다. 박 차관은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불이익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미측이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재발 방지와 제도개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이번 사태를 제도개선과 한·미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귀국자들이 미국에 재입국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며 향후 어떠한 유사 사태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0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지만, 유감은 표명하지 않았다.
양 차관은 한국 노동자들의 비자 체계 개선 마련에 뜻을 함께했다. 박 차관은 한국 맞춤형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해 외교·국무부 간의 워킹그룹 창설과 비자 관련 상담창구 개설 이행에 박차를 가하자고 밝혔다. 랜다우 차관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 활동이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점을 절감한다면서 합당한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 관련 실무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고 말했다.
양 차관은 대북 정책에 대한 뜻도 함께했다. 박 차관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미측이 피스메이커,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 각자의 역할을 다해 나가자고 말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양 차관은 이달 유엔총회와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를 계기로 한·미 고위급 외교 일정을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조선, 원자력, 첨단기술 등에 대한 진전된 협력 성과를 도출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웹사이트 상위노출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다시 압수수색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7월 경기 가평군 통일교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번에는 지역 지구가 추가됐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용산구의 통일교 본부, 통일교 세계본부 및 통일교 유관단체 천주평화연합(UPF) 5개 지역 지구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통일교의 지역 지구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본부와 UPF는 전국을 5개 지구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대표선거 전 교인들에게 국민의힘 입당 원서를 배포해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고 의심한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엔 정당법 위반 혐의 등이 적시됐다. 정당법은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않는다’(42조), ‘당 대표 경선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49조)고 규정한다.
앞서 특검은 김 여사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2022년 11월 김 여사로부터 통일교 교인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통일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윤씨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승인 아래 이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유착이 심화했다고 판단한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지역별 지구장들이 대선 전에 국민의힘 측에 후원금 명목의 현금 2억여원을 나눠서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윤씨는 지구장을 관리하면서 국민의힘 측에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당원 명단 확보를 위해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국민의힘 측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지난 7월 통일교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교인 명부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통일교 측은 특검의 강제수사와 관련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평할매 고향은 남원이다. 남원 어느 골 이름이 백평이었나 보다. 그래 백평떡이었는데 하필이면 푸둥푸둥 인심 좋게 생겼더랬다.
백평할매 시댁은 난리통에 아작이 났다. 시어른 넷 중에 셋이 좌익이었는데 두 사람은 산에서 죽고, 자수한 한 사람은 어느 날 토벌대가 앞장을 서라고 했다. 한때는 동지였던 자들을 토벌대 끌고 제 발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 참담한 심정의 사람을 토벌대가 등 뒤에서 쏴 죽였다.
장마철이었는데 시체 수습할 남자 하나가 마을에 없었단다. 백평할매는 옆집 아저씨와 한밤중 시신을 찾아 나섰다. 누군가 거적때기로 덮어놓았는데 손 한쪽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 손을 잡았는데 그만 살이 쑥 빠지고 말았다. 할매는 썩은 살이 미끄덩 벗겨지던 감각을 평생 잊지 못했다. 한때 좌익이었던 사람이라 번듯한 묘를 쓸 형편도 못 되어 오는 길에 산에 묻고 표시만 해놓았다. 할매는 그날 한밤중에 동행해주었던 동네 사람을 평생 은인으로 모셨다. 두고두고 그이를 존경해 올벼며 수수며, 처음 수확한 작물은 아낌없이 퍼 날랐다.
언젠가 아이들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 욕을 한 일이 있었다. 지나가던 백평할매가 식겁을 하며 아이들을 나무랐다.
아이고, 고런 말은 입에 담으먼 안 돼야. 참말로 베락 맞아 죽어뿔먼 워쩔라고 그냐.
사람이 벼락 맞아 죽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 웃으며 우리 할머니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할머니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가셨다. 말하기 좋아하고 말솜씨 기막히던 할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 집 막둥이 시할배 원덕이가 참말 몹쓸 놈이었어야.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내동 욕을 해쌌는디 참말로 베락을 맞아서 죽어부렀다고 안 허냐. 온 집안이 뽈갱인디 워쩌자고 자개 혼차 군인이 되등만 사람 여럿 골로 보냈는갑드라. 천벌을 받은 것이여 천벌을.
원덕이라는 이름은 나도 들어봤다. 동네 어른들은 누가 서리를 하거나 몸싸움을 하면 글다 원덕이겉이 되먼 워쩔라고 그냐, 엄포를 놨었다. 원덕이는, 우리는 보지도 못했던 원덕이는, 그러니까 어린 우리에게 악의 표본과도 같은 존재였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걸핏하면 아내를 두드려 패서 마을을 뒤집어놓던 원덕이는 전쟁 무렵 국군에 입대하며 집을 떠났다. 즉결처분권을 가진 헌병이 되어서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에 이어 오인 사살 사건으로 불명예 제대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
어느 날, 백평할매 집에 낯선 여자와 아이가 찾아왔다. 충청도 금산 사람이라는 여자는 작부 출신으로 원덕이와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고향에서처럼 원덕이는 불쑥 사라졌고 여자 혼자 아이를 키웠다. 10여년 만에 난데없는 부고가 날아왔다. 평택 어느 집 머슴으로 일하던 원덕이가 벼락 치고 천둥 치는 날 괭이 들고 밭에 나갔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백평할매 집안사람들은 그날 이후 다시는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는 욕을 하지 않는다.
뒤늦게 남편의 고향을 찾아온 여자가 원한 건 오직 하나, 자신의 호적이었다. 호적도 없이 작부로 일하며 아이를 키웠던 여자는 그제라도 세상에 뿌리박은 존재로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백평할매 큰아들은 이웃 동네 딸로 가짜 입양을 시켜 여자의 호적을 만들어주었다. 원덕이의 본처는 남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 본처의 무덤을 이장했던 백평할매가 눈물을 찍으며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뫼를 파봉게 뻬도 없습디다. 자석도 없이 갔는디 뻬도 없드랑게요. 월매나 한이 됐으먼 암것도 안 냉기고 훌훌 가불고 싶었는갑서요.
한 많은 본처는 뼈도 안 남겼는데 벼락 맞아 죽은 원덕이는 자식을 남겼다. 그 자식은 이미 늙어 서울 어디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며 아비와는 다르게 살고 있단다. 한만 남기고 죽은 사람들 고이 보내는 게 특기였던 백평할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어쨌거나 벼락 맞아 죽었으면 좋겠을 나쁜 놈이라도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함부로 욕하는 게 아니다. 몸집만큼 마음도 넉넉했던 백평할매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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