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변호사 [국제칼럼]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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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스라엘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일을 끝마쳐야 한다”며 가자지구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연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약 50개국 외교관 100명 이상이 집단 퇴장하며 항의 의사를 표했다. 미국과 영국 대표단은 자리를 지켰지만 고위급 대신 하급 외교관들이 앉아 있었고, 네타냐후는 텅 빈 총회장을 향해 연설을 이어가야 했다. 일부 지지자들의 환호가 있었지만, 곳곳에서 야유와 비난이 뒤섞이며 총회장은 혼란스러웠다.
현장의 현실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가자의 병원은 전력과 연료가 끊겨 수술실조차 가동하지 못하고, 인큐베이터 속 아기들이 호흡기를 잃은 채 세상을 떠난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기아로 숨진 이는 최소 273명이고, 그중 112명은 어린이였다. 국경에는 구호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봉쇄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중투하된 물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봉지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 밀쳐내며 몸부림친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전 세계의 무관심 속에서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더 이상의 지연은 곧 공모이며, 침묵은 방조일 뿐이다.
이 절망적인 현실은 팔레스타인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의 단편 ‘소프트 스킨(Soft Skin)’에서 더욱 뼈아프게 드러난다. 가자의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팔에 이름을 새겨 넣는 까닭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혹여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잉크 자국 하나하나에는 아이를 지켜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차마 내뱉지 못한 울음이 고여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이름이 새겨진 이후로 악몽에 시달리며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공습 직후 흙먼지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아이들의 얼굴은 어떤 통계보다도 가혹한 현실을 압축한다.
맨발로 뛰어가는 소년의 흐느낌, 동생을 업은 채 달아나는 어린아이의 눈빛은 숫자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고통의 진실이다. 그러나 그토록 반복되는 장면들 속에서 세계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아이들의 절규가 들려옴에도 무심히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 무감각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방관이자 또 다른 폭력이다.
한강 작가가 물었듯이,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가자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생명들의 절규가 지금 우리에게 답하고 있다. 그들의 죽음이 우리의 무감각을 깨우고,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양심을 일깨우며, 그들의 기억이 우리를 행동으로 이끌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가 더 침묵한다면, 그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 중이다.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 소환과 검찰청 폐지를 두고 내세운 명분이 “독재정치 규탄”이다. 정권 출범 100일이 지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재명 정권 끝장내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당내에서 장외투쟁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도 장동혁 지도부는 “뭐라도 해야 한다”며 강경투쟁 노선을 택했다.
합리적이지도, 합법적이지도 않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발포를 방관하고 그에 대한 탄핵에도 반대했던 정당이, 특히 현 장동혁 지도부가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패”를 자처하며 독재정치 규탄에 나선 모습은 참으로 기괴하다. 아무리 야당의 처지가 되어 정권에 칼날을 겨누어야 한다 해도 도대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앞뒤가 맞지 않는 난잡한 정치 그 자체다. 정당정치의 위기 심화와 극우시대의 도래 속에 민주주의의 위기마저 거론되는 시대 상황의 한 풍경이라고나 해야 할까.
아무리 그 징후가 짙어지는 중이라고 해도 지금 당장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몰아 강제해산할 수는 없다고 본다.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역효과를 염두에 둘 때 특히 그렇다. 양분된 정치사회적 현실을 고려할 때 현 정권 세력에 대한 불만 세력의 준동을 더 급속하게 키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정국은 한층 더 불안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국민의힘이 이런 식의 행태를 보인다면 스스로 사멸정당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12·3 사태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도 불구하고 극우화 조짐까지 보이는 국민의힘이 아직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이유는, 반대 투쟁 동참까지는 아니어도 이재명 정권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태도와 감정을 가진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인 ‘중도보수’ 유권자층 덕분이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경계를 하지만, 이재명 정권 견제 차원에서 국민의힘에 더 가깝게 가 서 있는 이들이다. 나는 이들 때문에 본 지면을 통해 국민의힘의 몰락을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다(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 “국민의힘은 몰락할 것인가” 5월13일자).
그런데 현재의 쟁점인 검찰청 해체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 소환 등에 대한 중도보수층의 입장을 보자면, 이들은 과도한 행보라 여겨 위험하다고 봄에도 윤석열 정권과 검찰·사법부 간의 공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상식과 균형과 안정이 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와 권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해도, 보유 가능성이 커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대가 균형과 안정 속에서 충족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소란을 조장하고 키우는 식의 행태에도 비판적이다. 이재명 정권 견제를 위해 국민의힘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도, 극우와 장외투쟁 의존성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중도보수, 장외투쟁에 비호의적
하지만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생존을 가능케 해주고 있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선호를 무시하고 소위 ‘아스팔트 극우’와 손잡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역시 이 지면에서 애초 전망했던 바와 같이(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 “결국 문제는 ‘국민의힘’이다” 2024년 12월17일자) 사멸의 운명에 더 가까운 길에 들어선 것이다.
정당정치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대에서 모든 정당이 부침을 겪지만, 모든 정당이 쇠락하지는 않는다. 위기의 와중에서 부침을 겪는 중에도 어떤 정당들은 성장해가고, 어떤 정당들은 사멸한다. 새롭게 생성되는 정당들도 있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왜 어떤 정당은 성장하고 어떤 정당은 소멸의 운명을 겪는 것일까? 그것은 새로운 환경의 도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정당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바로 그런 환경 적응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보유도 못한 정당으로의 길을 가고 있다.
정당의 환경 적응 능력은 노선 전환의 능력을 의미한다. 즉 변화된 환경에 조응하는 이념, 전략과 정책, 조직 구조와 운영 원리 및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노선 설정과 그것에 입각한 실질적인 실천 능력이다. 이는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자면, 그 사회적 기반의 핵심이 앞서 말했던 중도보수층이다.
그런데 환경 적응을 위한 노선 전환 능력은 결국 정당 지도자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환경을 이루는 사건과 조건도 변화를 위한 압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변화는 정당 지도자들이 그것을 일으킬 때 비로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정당 지도자들이 정당의 가능한 혹은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외부 환경에 응답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환경 변화와 선거 패배 같은 상황을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압력으로 파악하고, 당의 존속이나 성공을 위해 변화의 방향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정당 지도자의 역할이다. 또한 정당 지도자는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모순적인 목표와 전략의 충돌, 조직 내 상이한 지향을 가진 세력들 간의 갈등과 긴장을 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저명한 정당 이론가(안젤로 파네비안코)에 기대어 다소 과장해 말하자면, 정당 지도자의 리더십은 정당을 생명체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조물주의 실천’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그 실천을 거부 혹은 포기했다. ‘윤석열당’에 머물러 있기로 결심한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당’ 안주한 장동혁
정당 지도자들이 항상 노선 전환의 의사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의사를 가졌다 해도 노선 전환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또 시도한다고 해서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정당 조직 내부의 역학은 대체로 변화에 반대하는 기운이 더 세다. 과거에 사용한 방법이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 유지(파)의 기운은 노선 변화로 인한 당내 권력 재분배 가능성을 막으려고 저항한다. 이 기운을 추종하는 자들은 변화 후에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미 알려진 결점’-국민의힘의 경우 윤석열당이라는 결점-을 방치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장동혁 대표인 것이다. 그는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도 그런 현상 유지의 기운에 의존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노선 전환의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노선 전환에 필요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시간 벌기’ 차원에서 윤석열당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고 여겨서 그런 것이다. 그런 중에 강성의 ‘정청래 민주당’이 중도진보층의 이탈과 지지 유보층의 기권을 가져올 시간, 그리고 이재명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시간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까다롭고 유동적인 중도보수층의 지지도 어느 정도는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또 그리되면 항간에서 이미 나오고 있는 전망처럼 내년 지방선거에서, 특히 서울시장·경기지사·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겨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즉 노선 전환에 필요한 자원은 없다 해도 지방선거의 승부처에서 이길 자원은 그나마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전망이 실현될 수 있을까? 사멸로 가는 기운을 막아내고, 더 나아가서는 집권의 전망을 다시 밝힐 수 있을까? 적어도 ‘이재명 독재 타도’를 외치며 장외투쟁에 나가지 않고, 아니 나간다 해도 사법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그보다 국운에 더 치명적인 사안, 즉 대미·대북 관계와 성장동력 문제와 같은 사안에 대해 이재명 정부보다 더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민의힘과 그들이 의탁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성향을 감안할 때 그리할 수가 없다. 대미 관계에서는 친트럼프적 행보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대북 관계에서는 철 지난 반공·반북 노선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공지능(AI) 3강·방위산업 강국 등으로 대표되는 성장동력과 같은 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무지·무능 혹은 무관심한 데다 이재명 정권과 차별성 확보가 쉽지 않다. 즉 거리에 성조기를 들고나오고 미국의 극우와 연대한 한국의 극우에 의존해서는 트럼프와 시시비비를 따져 국익을 함양하는 실용주의적 입장과 태도를 취할 수가 없다.
지방선거 승리로도 사멸의 기운을 막아내기 어렵다. 지방선거를 대하는 유권자의 태도는 한층 더 ‘실용적’이다. 그리고 인물 요인의 영향도 크다. 특히 중도층의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국민의힘 소속의 특정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해도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넌 것으로 용서하고 양해해준 것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산행 중에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면 들어선 지 오래라도 원점으로 되돌아가 제대로 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사멸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윤석열당 이전의 지점’으로 돌아가 새길을 찾아야 한다.
삼성 오승환, KIA 상대 ‘은퇴경기’디아즈 ‘역대 첫 50홈런-150타점’팀은 4위 찍으며 2년 연속 PS 진출
SSG, 키움에 4 대 3 승 ‘준PO 직행’
삼성 르윈 디아즈(29)가 KBO리그 외국인 타자 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을 때렸다. 3점포 한 방으로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고, 삼성 레전드 오승환의 은퇴 무대를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축하했다. “파이널보스(‘끝판대장’·오승환의 별명)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 내가 50홈런을 치면서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한다면 정말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다”던 디아즈의 소망이 현실로 이뤄졌다.
디아즈는 30일 대구 홈에서 시즌 50번째 홈런을 터뜨렸다. 정규시즌 종료 2경기를 남기고 KBO리그 역대 6번째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디아즈는 1회초 1사 1·3루 첫 타석에서 이날 상대로 만난 KIA 선발 김태형의 3구째 시속 152㎞ 직구를 받아쳤다. 라이온즈파크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23m 대형 홈런이었다.
디아즈는 이 홈런으로 2015년 박병호(53홈런) 이후 10년 만에 한 시즌 50홈런을 쏘아올린 타자로 기록됐다. 프로야구 원년 이래 단일리그 50홈런은 이승엽, 심정수, 박병호까지 3명만이 경험했다. 이승엽이 2차례(1999, 2003년), 심정수가 1차례(2003년), 박병호가 2차례(2014, 2015년) 달성했다.
디아즈는 지난 25일 49호포를 때려내며 전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가 2015년 세운 외국인 타자 최다 48홈런 기록을 넘어서더니, 3경기 만에 50홈런 고지까지 밟았다. 박병호의 종전 146타점을 이미 넘어선 타점 신기록은 이날 홈런으로 3개를 추가하며 156타점까지 늘렸다. 50홈런과 150타점 이상을 한 시즌 동시에 달성한 타자는 디아즈가 처음이다.
1회부터 터져나온 디아즈의 홈런포에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2만3933명 관중이 뜨겁게 환호했다. 그 함성이 9회 다시 커졌다. 오승환이 21년 야구 인생 마지막 투구를 위해 등판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모자를 벗고 그라운드 사방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타석의 최형우는 헬멧을 벗고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최형우는 2017년 KIA 이적 전까지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승환과 마지막 맞대결을 자청했다.
대결은 삼진으로 끝났다. 4구째 포크볼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최형우는 마운드로 올라가 ‘내가 아는 가장 완벽했던 투수이자 좋은 형’이었던 오승환을 부둥켜안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삼성은 이날 KIA를 5-0으로 꺾고 4위를 확정하며 2년 연속 가을 무대에 올랐다. 이어 고척에서는 SSG가 키움을 4-3으로 꺾고 3위를 확정,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LG는 이날도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줄이지 못했다. LG가 두산에 0-6으로 진 반면, 2위 한화는 대전에서 롯데를 연장 10회 끝에 1-0으로 이겼다. 이제 LG가 자력으로 우승하려면 1일 NC와의 최종전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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